통신사의 `통신자료` 제공 작년 상반기만 50만건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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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업자들이 정부에 제공한 가입자의 통신자료가 작년 상반기에만 49만여건으로 1년새 소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와 가입 해지일 등이 담긴 개인정보 자료다. 지난 2012년부터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이 이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통신사들은 여전히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각각 22일과 23일 발간한 투명성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통신사업자의 작년 상반기 통신자료 처리건수는 49만2502건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2만7198건(5.84%) 증가했다. 또 총 처리계정수는 602만여건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25%(119만건)가량 늘었다.

다만 다음과 네이버는 지난 2013년 이후 통신자료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2년 법원이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 사진을 올린 누리꾼 신상정보 등을 본인 동의 없이 경찰에 무단 제공한 네이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에 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그간의 관행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사업자가 기계적으로 따르는 관행은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것. 실제 양사는 지난 2013년이후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협조 요청이 있었지만 카카오가 2013년 1건의 요청을 수락한 것을 제외하곤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통신사들은 이후에도 통신자료 요청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영장 처리 건수는 네이버가 작년 상반기 4405건을 처리해 2012년 상반기 142건 대비 2년여만에 35배가량 증가했다. 네이버 측은 이에 대해 통신자료의 제공 중단으로 인해 ‘이용자 가입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기관의 영장청구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특정 ID의 접속 시간, 접속 서비스, IP 주소, 로그 기록 등 전기통신사실에 관한 자료는 작년 상반기에 다음이 772건, 카카오가 801건을, 네이버는 2162건을 각각 처리했다.

지난해 10월 논란이 됐던 도·감청에 해당하는 통신제한조치는 통신사업자 전체로는 상반기 378건을 처리했다. 다음카카오는 다음이 상반기 28건, 카카오가 57건을 처리했고, 네이버가 39건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 통틀어 124건을 처리해 인터넷 포털과 메신저를 상대로 한 감청영장 요청 처리가 3분의 1에 달했다.

당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그간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토대로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던 관행을 시인하고 이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인터넷 업계 양대 축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투명성보고서를 발간한 것과 관련해선 개인정보보호 문화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손지원 이음 변호사는 “양사가 인터넷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여전히 통신사들이 영장 없이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하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이어 “작년 말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 통신사가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며 “통신사도 엄격한 잣대로 가입자 정보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통신자료 요청 건수 추이>

정부의 통신자료 요청 건수 추이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