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82년 탄생한 노텔의 특허경영 목표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ICT 특허분쟁의 대비’였다. 그 결과, 당시 주력 사업과는 무관하지만 100년의 연구개발(R&D)이 녹아든 수소폭탄급 ICT 특허 수천개를 소유하게 됐다.
하지만 노텔은 지난 2009년 파산하면서 특허를 경매에 내놨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비해 특허 보유량이 적은 구글이 바로 9억달러 입찰에 나선다. 이어 방어형 특허서비스 업체인 RPX, 애플, 인텔 그리고 MS, 블랙베리, 소니, 에릭슨, EMC의 록스타컨소시엄이 입찰전쟁에 뛰어든다. 지난 2011년 6월 4일간 진행된 노텔의 6000개 특허 입찰전쟁은 애플이 가세한 록스타 대 구글과 인텔의 레인저컨소시엄의 불꽃 튀는 접전 끝에 45억달러에 록스타에 매각되면서 끝난다.
노텔 특허 최종 입찰가로 44억달러를 제시했던 구글은 그해 8월 15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에 인수하지만 2014년 1월에 특허 1만5000개를 제외한 모빌리티 전체를 약 3억달러에 화웨이에 매각한다. 록스타도 2014년 12월 23일 노텔의 특허 4000개를 RPX에 9억달러에 전격 매각하면서 안드로이드군단과 특허 전쟁들을 모두 끝낸다. 이 전쟁이 낳은 결과는 구글이 2년 반 동안 122억달러, 록스타는 3년 반 동안 36억달러 마이너스였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ICT 기업들이 왜 이러한 무모한 특허전쟁을 벌였을까. 특허가 ‘10년 후 현존기업 중 60%가 사라질’ ICT 시장의 패권과 중요한 역학관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9일 폐막한 CES 2015의 화제는 드론, 무인자동차, 3D컴퓨팅 그리고 사물인터넷(IoT)이었다. 4대 주제 중 3개가 모바일이다. 결국 시장의 미래는 모바일OS 특허를 소유한 기업들이 제패하게 되는 셈이다.
애플은 현재 모바일OS 시장의 84%를 점유한 구글이 노텔 ICT 특허까지 소유하게끔 놔둘 수가 없다. 이에 애플은 노텔의 4G LTE 특허 전용소유권으로 20억달러를 투자했고, RPX에 매각하지 않은 알토란 같은 노텔의 특허 2000개 중에 1000여개를 가졌다. 또 록스타 주주들은 별다른 성과 없이 수년을 끌어온 특허분쟁을 종결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에 헐값으로 RPX에 특허를 이전했다. 검색 엔진과 함께 모바일OS가 사업의 근본인 구글에 주력시장을 지킬 모빌리티 특허 1만5000개에 대한 122억달러는 손해가 아닌 투자였다.
록스타 특허 매입에 3500만달러를 투자한 RPX의 사업모델은 일반적인 NPE의 침해배상금이 아닌 침해분쟁 방어용 특허 라이선싱 로열티다. 이 모델은 세계 최대 NPE인 인텔렉추얼벤처스(IV)도 추구했지만 2010년부터 침해소송으로 전환했다.
IV에서 근무했던 존 앰스터가 2008년 설립한 RPX는 특허를 임의로 제3자에게 매각할 권한이 있다. 즉 IV처럼 영리 기업인 RPX는 메인 사업 모델을 언제라도 소송으로 바꿀 수 있는데, 이제 RPX는 기존 소유 특허 6000개와 더불어 노텔 특허 4000개를 소유한 거대 NPE가 됐다.
우리 민족은 ‘용 꼬리가 될 바에는 뱀 대가리가 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서양은 ‘이길 수 없는 적이라면 싸우지 말고 연합하라’고 가르친다. 평생 경쟁자인 애플과 MS가 각자의 모바일OS 시장보호를 위해 록스타로 뭉치는 것처럼 글로벌 모바일OS 각축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가르침보다 서양의 가르침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피터경섭 법무법인 바른 미국변호사 peter.shin@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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