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다보스포럼이 주목한 미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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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달의 마지막 월요일이다. 을미년 벽두에 세운 계획들을 잘 실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시점이다.

올해는 금연을 결심한 사람을 여럿 봤다. 근 한 달이 지나고 보니 독하게 참고 있는 사람, 끊지 못했지만 피우는 양을 반으로 줄였다고 만족하는 사람, 작심삼일로 포기한 사람까지 제각각이다.

현재 상황은 천차만별이지만 이들이 금연을 시도한 이유는 한결같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건강 걱정 때문이다. 물론 두 배 가까이 오른 담뱃값이 결정적으로 부추기긴 했지만 말이다.

건강은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화두가 됐다. 건강을 잃은 사람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고 현재 별문제 없이 지내는 사람이라 해도 미래의 건강을 위해 노력이든 걱정이든 무언가 하나는 하고 있을 것이다.

오래 사는 것만큼이나 잘사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도래했고 그 흐름은 미래의 과학기술에도 걸맞은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현안이라는 것은 며칠 전 다녀온 세계경제포럼연차총회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나는 두 가지 역할을 맡았다. 하나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 9개국 26개 대학 총장들이 모이는 포럼(GULF)에서 고등 교육의 미래와 과학이 우리 사회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논의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가 직면한 가치문제를 다루는 글로벌의제협의회(GAC)의 미래 전자기술 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한 것인데 이번 회의에서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스마트 전자 기술’을 의제로 다뤘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몸에 착용하는 전자 장치)가 더욱 활발하게 연구될 수 있도록 장려하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2016년에 관련된 상을 만들어 시상할 계획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여러 조건을 고려하겠지만, 인간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뒷받침하는 기술을 연구한 성과를 최우선으로 볼 것이다. 인체 부작용이나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착한 기술’이어야 한다는 단서도 함께 붙는다. 삶의 질을 높이는 과학기술 발전이 궁극적인 목표다.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심박수, 체지방률, 소모한 칼로리를 체크해주는 손목시계나 머리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뇌세포를 자극해 치매를 예방하는 헤어밴드 같은 제품들은 이미 우리 기술로 개발돼 시판됐거나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식량, 물, 에너지 등 이제껏 부족함 없이 누렸던 것들, 그래서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들이 미래 사회에서는 권력과 부를 창출해낼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주목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건강이다. 수명 연장과 질병의 치유를 의술(醫術)에 의존해온 과거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의과학(醫科學), 다시 말해 과학기술을 기반에 둔 의술을 활용하는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21세기형 헬스케어에 앞다퉈 뛰어들며 정계·재계·학계가 합심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다보스포럼이 새롭게 주창하는 것은 세계가 함께 참여하는 집단 지성이다. 각각의 지식을 한데 모아 분석하고 발전시켜 온 인류가 고른 혜택을 누리도록 견인하자는 것이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전자공학을 포함한 미래의 과학기술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미리 논의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유수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의 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현 세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선사하기 위해 의과학 분야에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모두의 삶이 달린 문제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대한민국에 융합의과학대학원이 건립돼야 하는 이유이자 제대로 연구할 줄 아는 조직에 그 임무를 맡겨야 하는 이유다.

강성모 KAIST 총장 kan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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