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가 가장 많은 ‘리베이트’를 보장하는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한다는 내용의 제안요청서(RFP)를 밴(VAN)사에 보내 파장이 일고 있다. 밴 업계는 공정경쟁규약 위반이라며 RFP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밴 리베이트’ 문제가 또다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는 ‘상업시설 통합매출 정보서비스 운영사업’ 입찰공고를 냈다. 상업시설 입점 매장에 안정적인 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출취합 및 시스템 연동 기능을 제공하는 게 사업 골자다.
본지가 입수한 인천국제공항 RFP에는 ‘가장 많은 영업료(리베이트)를 주는 밴사를 사업자로 선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낙찰자 결정 항목에 ‘우리 공사가 수용 가능한 최저영업요율 즉, 0.0211% 이상으로 입찰한 자 중에서 최고 영업요율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공항 내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가 발생하면 매출의 0.0211%를 정률로 인천국제공항이 밴사로부터 가져가는 것은 기본이고, 이보다 더 높은 요율을 제시하는 업체 중 가장 높은 요율을 써낸 업체를 뽑아 사업권을 주겠다는 의미다.
이 경우 가맹점(공항 입점 매장)과 계약을 맺은 밴사는 결제된 금액의 일부를 떼 인천공항공사에 영업료 명목으로 줘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입점 매장 측으로부터 시설비를 받는 것 외에도 결제관련 별도의 영업료를 벤사로부터 받는 셈이다.
이에 밴 업계는 공정경쟁규약과 개정 여신전문업법 위반이라며 공동 대응에 돌입했다. 영업료라고 하지만 사실상 밴사에게 리베이트 명목의 수익을 보장하라는 것과 다름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여신전문업법에 따르면 대형신용카드가맹점과 신용카드업자 및 신용카드부가통신사업자 사이에 금품 제공·수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밴협회 측은 지난 15일 RFP 철회 요청서를 인천공항공사에 보내고 ‘부당고객유인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금융감독원도 공사의 갑질 행태에 대해 법적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밴업계로부터 이 같은 RFP 내용을 전해듣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이 발효되지 않아 공사의 행위를 강제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만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볼 계획”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금융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공항공사 측은 영업료가 리베이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항공법에 의거해 공항구역 내에서의 각종 영업행위 승인 및 영업료 징수가 가능하고 공사가 가맹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 밴협회 사무국장은 “리베이트 논란의 본질적 문제는 서비스를 받는 것과 별도로 금전적 이익을 수취하는 것”이라며 “가맹점과 밴사 사이에서 실질적 영업대행 의무가 없는 인천공항공사가 형식만 빌려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 허용된다면 개정된 여신전문업법은 큰 구멍이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밴사 집단 반발을 산 이번 사업은 입찰 종료일인 16일까지 응찰업체가 한곳에 그쳐 결국 유찰됐다.
<[표]인천공항 상업시설 통합매출정보서비스 운영사업 RFP 주요 내용>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