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의 파이어폰은 왜 실패했을까

파이어폰(Fire Phone)은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남다른 공을 들여 개발해 선보인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파이어폰은 판매 부진 탓에 아마존 적자에 큰 원인으로 작용,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제프 베조스가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던 파이어폰이 적어도 지금 시점으로 봤을 때 실패한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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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소비자가 PC보다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만큼 인터넷 쇼핑의 거인인 아마존 입장에서 보면 파이어폰 개발은 지상 명제라고 할 수 있다.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이 강력한 라이벌이라면서 경쟁심을 드러낼 만큼 IT 업계에서 세력을 확대해온 아마존 입장에서 보면 애플이나 구글이 최종 고객과의 접점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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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전용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건 인터넷 쇼핑을 더 친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이미 전자책인 킨들 시리즈나 태블릿인 킨들파이어 시리즈 등으로 검증된 회사이기도 하다. 개발 당시부터 파이어폰은 유출 정보가 쏟아질 만큼 높은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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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제프 제조스는 파이어폰을 발표했다. 하지만 파이어폰이 막상 발표되자 주요 매체는 기능성이나 성능은 높지만 사건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파이어폰은 당시로는 하이엔드 칩인 스냅드래곤 800에 램 2GB, 1,3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고 카메라로 촬영한 상품을 순간적으로 판단, 아마존 사이트로 이동하거나 재생 중인 음악이나 영화 콘텐츠를 알아채 스트리밍 정보에 곧바로 접근할 수 있는 파이어플라이(Firefly), 모션 추적 카메라 4대를 이용해 얼굴 위치를 판단해 보는 각도에 따라 디스플레이에 비추는 영상을 바꾸는 동적 입체 기능 등 다른 제품에는 없는 기술도 있었다. 하드웨어 기술 수준 자체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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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에서 거의 팔리지 않으면서 처음에는 2년 약정 기준으로 199달러였던 가격은 0.99달러로 내리는 등 금세 비인기 단말, 다시 잊혀진 존재가 되어갔다.

아마존은 지난해 3분기 4억 3,700만 달러, 지난 14년을 통틀어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적자를 기록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1억 7,000만 달러 손실을 올려준(?) 파이어폰 사업 부진에 있는 건 분명하다.

파이어폰이 실패한 이유는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 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마존은 킨들파이어 일부 시리즈의 경우 팔수록 적자가 나와도 판매를 계속할 수 있었다. 단기적으론 손해를 봐도 장기적으론 돈을 벌자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낮은 가격에 단말을 제공해온 만큼 파이어폰 역시 세상이 놀랄 만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실제로는 449달러였기 때문에 너무 비싸다는 실망감이 컸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이어폰 개발팀에 따르면 당초 파이어폰을 고성능 기기로 개발할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어폰 개발을 시작한 건 애플이 아이폰4를 출시한 2010년 무렵이다. 당시 코드명은 타이토(Tyto). 스마트폰 프로젝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디자인 회사(Lab126)에서 시작했다. 이들은 킨들의 성공을 바탕 삼아 기능성을 최대한 줄였다.

하지만 제프 베조스는 흔한 단말기보다는 고객이 아이폰 대신 아마존폰을 사고 싶어지게 만들만한 독창성을 요구했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의욕이 과했던 제프 베조스의 의향은 디자인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예를 들어 800만 화소로 개발하던 후방 카메라는 베조스의 한마디에 1,300만 화소로 바뀌었다. 디자인 개발사의 한 디자이너는 제프 베조스가 매니저를 초월한 슈퍼 관리자라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모든 의사 결정은 그의 관리 하에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상황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고객보다는 제프 베조스의 생각에 따라 제품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내부에선 제프 베조스의 판단에 의문을 품은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누구도 그의 의견에 반대할 수는 없었다. 제프 베조스는 무료 배송 방침을 세우자 주주의 맹렬한 반대를 받았지만 결국 아마존닷컴의 매출을 확대했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설 때에도 본업에 충실하라는 비판 속에서도 결국 수십억 달러짜리 사업으로 키워냈다. 그를 반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제프 베조스가 반한 것 중 하나가 안경 없이 그냥 3D 입체 화면을 실현하는 기능이었다. 이 기술을 구현하려면 인적 자원 투여나 개발 기간 지연 등이 예상됐지만 진행해야 했다. 이 기술을 활용할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문제를 누구도 얘기할 수 없었다는 것.

그 결과 디자인 개발사는 제프 베조스가 요구한 다른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독창성, 기술 낭비라고 할 무안경 3D 기술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태어난 파이어폰은 아이폰이나 넥서스 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는 높은 가격대를 지닌 고사양 스마트폰이 됐다는 것이다.

파이어폰은 출시 7개월 만한 실패라고 결론이 났지만 21년 동안 이익을 창출하지 않고 적자 경영을 계속 하면서도 끊임없이 거액의 투자를 반복하면서 도약을 이뤄낸 제프 베조스의 입장에선 지금부터 시작일 지도 모른다. 그는 실제로 한 인터뷰에서 이런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모바일 기기의 폭발적인 보급을 감안하면 아마존이 독자적인 스마트폰을 버릴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제프 베조스가 파이어폰을 어떻게 바꿔갈지 주목된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기자 techhol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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