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에너지 정책은 국민 생활은 물론이고 산업과 직결된 핵심 이슈다. 이 에너지 정책이 최근 방향성을 상실한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주 정유·주유 업계와 간담회를 개최해 국제 유가 하락분을 국내 석유 제품과 LPG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겉으로는 ‘이해’를 구했지만 사실상 반강제다.
업계는 기름 값 인하 체감 효과를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행정부가 나선 것으로 본다. 지난 2011년 국제 유가가 치솟던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한마디에 공무원들이 움직인 것과 마찬가지인 양상이 전개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도 얼마 전 유가 하락이 국내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정치인인 대통령은 당장 국민들이 체감하는 에너지 가격을 신경 쓸 수밖에 없으며, 공무원들은 그 의중을 읽기에 급급하다.
전반적으로 국가 정책에 현실성·합리성이 뒷전에 밀렸다. 최근 정부의 에너지 정책만 해도 이른바 ‘에너지 포퓰리즘’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똑같은 간접세인 담뱃세도 은근슬쩍 올리는 마당에 왜 유류세 인하 언급이 없는지 궁금하다. 휘발유에서 유류세 비중은 이미 작년 말 60%에 육박했다.
지금 산업계는 정부가 해도 너무 한다고 반응한다. 정유 업계는 유가 급락과 석유 제품 수요 부진 등으로 영업손실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른 데다 지금 유통 구조 또한 마진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주유 업계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요금 정책은 궁극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향해야 한다. 합리성을 전제로 사회 전반적인 합의도 있어야 한다. 지금은 정부 에너지 정책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국제 유가 급락 속에 구체적인 대응 계획은 고사하고 마스터플랜도 부재 상태다. 과거 1·2차 오일쇼크는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산업 구조 개편을 유도했다. 에너지 정책 밑그림부터 다시 수립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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