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첨병 SW개발자에 연차-학위 따지는 `노임단가표` 적용 여전

창조경제 첨병이라 불리는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이 여전히 ‘소프트웨어 기술자 노임 단가표’에 따라 급여를 받는 형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라 ‘단가 후려치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기술자 노임 단가표가 개발자들의 역량을 연차, 학위여부에 따라 구분하고 최저 임금을 지급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가표는 매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제시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임금 수준을 조사해 통계치로 나타낸 수치다. 단가표는 자격증 개수, 학위 수준과 연차를 고려해 월평균 근무일로 계산, 받을 수 있는 최저임금을 명시하고 있다. 연차는 3년차, 5년차, 7년차 등급으로 나눠 점차 임금을 올리는 방식이다. 법인 부담금과 수당이 모두 포함된 단가로 실제 받아가는 급여는 70% 정도다.

이 같은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다단계 하청 구조에 매몰되게 하고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 구현과도 맞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는 “아르바이트 최저시급을 발표하면 업체들이 최저시급에 맞춰서 임금을 지급하듯이 소프트웨어 단가 기준표가 공개되면 대기업은 기준표에 따른 최저임금을 지급한다”며 “심지어 정부가 벤처기업과 거래할 때도 이 단가표를 사용하고 있어 소프트웨어 단가 기준표만 없애도 벤처기업의 성장과 성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산업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인재들의 대가지급이 기존 산업의 병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 충원 비율은 수년째 7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개발자들이 기업 안에 머물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역량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기업보다 프리랜서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의 프리랜서 개발자 시장의 경우 단가지급 방식은 결과물에 단가가 매겨지는 방식과 시간당 단가가 매겨지는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계약 기간은 하루에서 1년까지 다양하다.

이 사이트를 통해 일거리를 구한 개발자들은 연 4000만~5000만원의 수익을 얻으며 여유롭게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자들의 실력은 ‘톱코더’라는 개발수준 평가 사이트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다. 학력이나 경력 또는 수년전 취득한 자격증으로 평가하는 우리나라 산정 방식과 차이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갑을 관계에서 비롯되는 불공정 사례를 시정조치하고 시장 감시 기능에 충실해야 할 정부가 소프트웨어 단가표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 더욱 문제”라며 “창조경제 기조에 맞는 소프트웨어 인력시장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우혁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은 “직무 특성에 맞는 임금 기준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의 임금 지급 수준도 미국 등 해외 환경과 비교해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