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평평한 세상에서 국가가 살아남는 법

Photo Image

나이키와 아디다스, 삼성과 LG. 누구나 인정하는 전통의 라이벌이다. 그런데 이 같은 경쟁구도는 어느 순간 변했다. 한때 닌텐도가 나이키의 경쟁상대로 지목되더니, 이제는 삼성전자까지 거론된다. 애플과 구글이 현대차의 경쟁자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핀테크 및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이업종 간 경쟁이 현실이 됐다.

개인의 삶에도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직구다. 토머스 L 프리드먼이 말했던 것처럼, 인터넷 시대를 맞아 세계는 점점 평평해지고 있다. 베를린 장벽처럼 국경이 허물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이제 현명한 소비 앞에서 국가는 없다. 올림픽과 월드컵 이외 기간에 국가와 태극기를 통해 소속감을 확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119 구조대를 부른 경험이 있다면 간접적으로 국가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인식할 것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지, 지금 이 시간에도 조류독감(AI)과 싸우는 공무원들, 철책을 지키는 군인, 범죄자를 쫓는 경찰은 국가를 움직이는 동력들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은 아련한 추억일 뿐이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듯이, 특정 시간에 온라인에서 국산 제품 구매를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맹목적 애국심에 호소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국가 스스로 존재하는 이유를 국민에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국민들이 잘살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국가는 또한 국민의 보호자 또는 동반자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안전 대한민국’은 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각종 재난재해로부터 신체를 보호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 힘들지만 희망의 불씨를 찾게 만들어야 한다. 절망 속에서도 웃음소리가 피어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수많은 패자들의 재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을 몸소 실천하는 제2의 에디슨이 배출된다.

과거 철거했던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 아닐까. 무너지고 있는 중산층이 복원되고, 서민들이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자신보다 상위 계층의 삶을 살 수 있고, 위로의 계층이동이 가능한 사회가 건강하고 역동적이다. 그럴 경우 국민총행복(GNW:Gross National Wellbeing)이 높아진다.

1년 후 한국 사회와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새해 아침 미래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다만 1년 후 미래는 현재와 비교해 10∼20% 변한다. 이 가설이 맞다면 별반 달라질 게 없다는 얘기다. 경기불황은 지속되고, 특히 10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웃음을 빼앗아가 버릴 게 분명하다. 얼어붙은 소비심리 역시 불황의 끝에 서 있는 상인들의 주름을 늘릴 게 뻔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만이라도 부자가 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올해 경제적 포만감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돈이 아닌 그 무엇으로 국민을 위로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2015년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그 길이 평평한 세상에서 국가가 생존하는 법이다.


김원석 글로벌뉴스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