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2년에 이어 올해도 상호접속료의 비대칭규제(통신사 간 차등)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여전히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징적 의미’로 차등 폭을 남겨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비대칭규제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통신시장에는 큰 의미를 가진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이동전화 접속료 차이는 2004년 84%까지 벌어졌다가 점차 감소해 지난해 약 3%까지 축소됐다. 2015년에는 이보다 더 낮은 2.2%까지 좁혀졌다. 지난 1년간 통신사들은 접속료의 폐지와 존치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여왔는데 미래부는 결국 차등 유지로 결론을 내렸다.
접속료는 통신사의 음성 통화량과 망 투자(구축비·운용비 등) 원가가 기초 데이터지만 여기에 경쟁상황, 시장동향, 기술발전 추이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고려된다. LG유플러스가 가입자와 전국망 운영 등 외형적 측면에서는 성장했지만 아직은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 기조가 이번 접속료 산정에서 나타났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접속료 차등 유지와 조만간 발표될 요금인가제 폐지 여부 관계다. 정부가 접속료에서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을 인정했다면 또 다른 비대칭규제인 요금인가제도 유지해야 하는 게 타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두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인가제 폐지 여부를 발표한 뒤 결정의 의미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인가제 폐지로 요금 경쟁이 벌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도매(접속료)와 소매(인가제) 부분에서 통신사의 지배력은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에 따른 시장의 오해를 풀겠다는 설명이다.
이동전화 접속료 차등은 올해도 유지됐지만 현재 추세라면 4~5년 내 폐지돼 단일 접속료가 시행될 공산이 크다. 통신사 간 음성 롱텀에벌루션(VoLTE) 연동이 시행되고 통신 환경이 올 IP 기반으로 전환되면 음성 접속료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무선과 유선, 인터넷 전화와 시내전화(유선전화) 간도 마찬가지다.
이번 접속료 산정에 주목할 점 중 하나는 2015년 유선 접속료가 KT 기준 13.44원으로 19.7% 인하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유선 시장의 매출 감소를 감안, 2008년까지 유선 접속료를 높여왔다. 2009년부터 점차 낮아지긴 했지만 그 폭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과거보다 큰 폭(19.7%)으로 인하했다.
원가가 높은 구리선 가입자선로 유지를 억제하고 차세대망(FTTH) 도입을 늘려 원가를 줄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정부가 정한 13.44원 안팎으로 접속료를 낮추라는 것이다. 이 역시 올 IP 기반으로 통신 환경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접속료 산정에서는 유선 사업자의 접속 수지를 개선하기 위한 유·무선 접속료 격차 축소 기조가 그대로 이어졌다. 가입자 감소로 쇠퇴기에 빠진 유선전화 사업자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또 인터넷전화 사업자 지원을 위해 유선전화와의 차등 폭 감소도 이어졌다. 원가가 저렴한 인터넷전화 사업자는 접속료가 낮아 대등한 경쟁이 어렵기 때문이다.
2조원대 초반으로 예상되는 전체 상호접속료 정산 규모는 2014년 통신사별 통화량이 확정된 후 새해 초 확정될 전망이다.
<이동전화 접속료 산정안(단위:원/분) / *( )는 SK텔레콤과 차등 폭 비율>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