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실패는 없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성공은 실패의 기반 위에 탄생한다.”-빌게이츠 MS 회장
실패와 성공을 일컫는 금언은 많다. 하지만 그 어떤 말로도 실패를 위로할 수도, 성공을 설명할 수도 없다. 이 둘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는 것이다. 실패를 분석해 성공의 자양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구글글라스는 지난 2012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그 해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올해의 실패작’으로 구글글라스를 선정했다.
실패와 성공의 변곡점에서 무엇이 실패와 성공을 가름하고, 어떤 게 실패를 성공으로 둔갑시키는지 알아본다.
◇소니의 실패
10년 연속 적자 행진 중인 TV사업 외에 간신히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던 스마트폰 등 ‘모바일사업’마저 올해 2000억엔 규모의 적자가 예상돼 결국 이 사업부 인원 1000명의 감축이 예고된 상태다. 최근엔 소니픽처스의 해킹사태까지 겹쳐 우환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1958년 도쿄 증시 상장 이래 첫 무배당 선언에도 소니는 올해 일본 내 8개 전자 대기업 가운데 영업손익과 최종손익 모두 적자가 전망되는 유일한 업체다.
이런 상황에서 배수의 진을 친다는 심정으로 소니는 최근 도쿄 본사에서 사업 설명회를 긴급 개최했지만 미래를 낙관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소니는 1950년대 초반 전자제품의 기반 기술이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이전하는 변곡점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워크맨과 콤팩트디스크(CD)로 이어지는 혁신을 주도하면서 아날로그 시대에 세계 음향가전 시장의 절대 지존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소니의 성공신화는 디지털 혁명의 풍랑을 만나면서 좌초했다.
하드웨어의 시장 지배력을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장·결합시키려는 전략 방향은 타당했지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시대의 주연 자리를 애플에 내주고 조연으로 전락했다.
소니의 실패는 20세기 아날로그 사고방식의 연장선에서 21세기 디지털 혁명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CD에서 디지털 신호로 변환된 음악 신호는 MP3 포맷이라는 파일 형태로 표준화되면서 음악을 스테레오 앰프로 듣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신세대는 컴퓨터로 듣기 시작했다. 광대역 인터넷의 보급으로 음악 파일의 컴퓨터 간 교환이 가능해지고 휴대용 MP3플레이어가 출시됐다. 음악의 주요 소비층인 신세대에게 음악 듣기는 파일 재생이지 더이상 음향기기의 작동이 아니었다.
MP3플레이어 시장은 급성장했고 음악시장은 디지털음악의 네트워크 교환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 급격히 재편됐다.
◇애플의 성공
애플은 바로 이 시점에 등장했다. 2001년 10월 애플은 소형 하드디스크를 적용한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을 출시해 애플 특유의 산뜻한 디자인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하드웨어 시장 진입에 성공한 애플은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소니의 실패 경험은 타산지석이다. 아무리 강력한 시장지배자라도 기술·시장 변화의 변곡점에 대응할 수 있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실패하면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웅변하고 있다.
당시 CD 형태로 음반가게를 통해 유통됐던 음반산업은 냅스터와 같은 파일 교환 웹사이트에서 불법 MP3 파일 교환이 시작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디지털음악의 저작권 문제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계속되면서 합법적 유통의 필요성은 커졌지만 실제 사업모델로 연결시켜 성공하는 회사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2003년 4월 ‘아이튠스 뮤직스토어’라는 온라인 음악유통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애플 아이팟·아이튠스의 성공과 반비례해서 소니의 MD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비운을 맞았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사장은 “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은 디지털 혁명이라는 변곡점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해 글로벌기업으로 올라섰다”며 “하지만 과거 성공이 미래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과거를 부정하는 미래형 혁신만이 21세기 기업의 살 길이란 게 소니의 교훈이다”고 말했다.
소니의 실패 요인
◇실패의 아이콘, 카카오?
카카오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대표적 성공신화다. 하지만 카카오에게도 씻을 수 없는 ‘굴욕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그런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다음카카오는 없었다.
카카오는 2006년에 ‘아이윌랩’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아이윌랩은 설립 이후 첫 1년 동안은 웹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부루닷컴(buru.com)이라는 소셜 북마킹 서비스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그 이후에는 위지아(wisia.com)라는 소셜랭킹 서비스를 만들었다. 최고 5만명의 사용자가 있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9년 11월에 아이폰이 나오면서 드디어 카카오에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앞서 두 번의 실패 경험이 없었다면 그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이석우 카카오 사장의 회고다. 실패가 없었다면 그렇게 빨리 아이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카카오톡’이다.
이 사장은 “잇단 실패에서 배운 것은 사용자를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서비스에 반영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 서비스의 기능 대부분은 사용자가 원했던 기능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 개별 서비스들이다. 사용자의 피드백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었던 서비스다. 그것이 바로 실패에서 배운 교훈이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고객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우리가 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 제공자는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카카오톡은 또 다른 시련을 맞고 있다. 바로 최대 경쟁상대인 라인과의 일본 맞대결이 고전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 2012∼2013년 2년 연속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다음카카오의 일본 현지법인 ‘카카오재팬’은 2014년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카카오재팬은 지난해 상반기에 당기순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 7월 카카오톡의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세워진 카카오재팬은 설립 이후 해마다 누적적자가 커지고 있다. 2012년 116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13년에도 101억원의 적자를 떠안았다. 반면에 지난해 매출은 6억원에 불과해 현 시점에서 카카오톡의 일본 진출은 사실상 실패로 평가된다.
카카오톡이 일본에서 유독 고전하는 이유는 경쟁자인 네이버 ‘라인’의 가입자 기반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라인은 카카오톡보다 3개월 늦게 일본에 진출했지만 3년 만에 54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현재 라인은 일본 모바일메신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든든한 사업 파트너였던 야후재팬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카카오재팬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실패’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일본 진출에서 카카오는 또 다른 성공의 자양을 찾고 있다.
◇성공과 실패의 교차점, 창업
“벤처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중요한 건 아니다 싶을 때 망설이지 않고 과감히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수 있는 자세다. 준비 중인 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패가 성공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그런 벤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창업만큼 실패와 성공이 완벽하게 나뉘는 분야도 드물다.
기업가정신이나 창업에서 성공과 실패요인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요인이 창업기업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이는 기업가나 투자자를 위해서 매우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기술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기술 창업의 성공 여부를 설립자, 투자자, 공급자, 고객, 직원 등과 같은 주주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도 있고, 단기적인 관점인가 또는 장기적인 관점인가, 언제 성공을 측정하는가 등과 같이 시간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수도 있다.
또 이익이나 투자회수율, 판매신장률, 직원 수, 직원 만족도, 회사의 평판 등과 같이 특정한 측정기준에 의해서 판단할 수도 있다.
신기술창업 기업의 성공요인으로 기술(Technology)과 마케팅(Marketing)이라는 양 요소에 대한 시너지를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국내기업은 기술적 한계를 넘는 창업기업이 약 90%지만 마지막 단계인 마케팅까지는 전체 창업기업의 5~10%만이 생존한다고 한다. 즉, 신기술 창업기업이 기술적 어려움을 넘긴다 하더라도 가장 험난한 고지인 마케팅고지에서 무너진다고 지적되고 있다.
특히 마케팅고지에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기존 거래의 보수성, 인지도 부족, 신뢰도 미흡이라는 3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난관에서 국내 신기술 창업기업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
이렇듯 실제 많은 사람이 한순간의 대박을 꿈꾸고 신기술 창업에 도전하지만 현실은 쉽지만은 않다. 기술창업의 성공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신기술 창업기업이 창업과 더불어 단시간 내에 사멸하는 미국의 경우도 신기술 창업기업들이 성공에 이르기까지 평균 7년이 소요된다는 통계가 있다.
송영화 ETRI 창의미래연구소 미래사회연구실장은 “신기술 창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요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함께 불굴의 창업자 정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