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2014년은 어느 해보다 어둡고 차가웠다. 4월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위축된 내수는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살아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엔저, 슈퍼달러 등으로 대외 리스크까지 커지며 기업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정부는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었다.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도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새해에도 정부는 돈을 많이 풀 계획이다. 하지만 종전과는 다르다.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작년 발표한 각종 정책이 새해 본격 추진돼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구조개혁과 확장적 재정 정책…쌍끌이로 내수 살린다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의 첫 번째 전략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돈 풀기’다. 작년에 이어 확장적 재정정책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정부는 작년 7월 총 41조원+α의 정책패키지를 발표했다.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도입, 주택시장 정상화, 대형 민간 프로젝트 조기 추진 등을 골자로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내수 부진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며 “가계와 기업이 희망을 갖고 신명나게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신바람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연내 집행하는 정책자금을 종전 26조원에서 31조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새해 예산은 375조4000억원의 ‘슈퍼예산’이 확정됐다. 기금을 제외한 세출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 322조7871억원 중 68%(219조6520억원)를 상반기에 쓴다. 1분기에 39.6%(127조9790억원), 2분기에 28.4%(91조6730억원)를 배정했다. 작년 상반기 배정률(65.4%)보다 2.6%포인트 높은 수치다. 정부는 저물가·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적극적으로 예산을 집행해 디플레이션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새해 구조개혁 작업을 본격화한다. 특히 공공·인력·금융 부문 체질을 개선해 실질적인 경제회복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새해 경제정책은 크게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로 구분해 추진한다. 이와 함께 미래 통일시대 준비에도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경제 기초를 다지기 위해 정부 지출 효율을 높이고, 연기금 문제에 선제 대응해 중장기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민간 위험의 재정분담 방안을 도입하고 재정시스템에 경제여건 변화를 반영해 마중물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이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복기능을 재조정하고 부채 관리 성과를 극대화 한다는 목표다.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우수 외국인력을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활용도를 높여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다. 노동 경직성을 완화하고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금융 부문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정보기술(IT)과 융합을 적극 지원한다. 창업 부담을 낮추고 회수시장을 활성화해 벤처를 돕는다. 제조업 혁신 3.0 정책을 바탕으로 주력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잇따라 체결·발효되는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를 높이는 데 노력한다.
정부는 또 취약계층 자산 활용도 제고와 소득증대를 적극 지원한다. 외국인 투자 유치 등으로 신규 투자를 촉진하고, 직업훈련·해외진출 효과를 높여 청년과 여성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임대주택 관련 입지·건축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다양화하고, 가계부채 현황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해결한다.
아울러 경협 준비와 다자협력, 통일준비 역량을 높여 남북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정책 효과는 ‘이제부터’
작년 정부가 발표한 각종 정책의 효과가 새해 본격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구성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소득을 투자, 임금증가, 배당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면 추가 과세하는 식이다. 적용대상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기업,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이다.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시행으로 과다한 사내유보금이 투자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근로소득증대세제는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근로자 임금을 높인 기업에 증가분의 10%(대기업 5%) 세액을 공제하는 제도다. 배당소득증대세제는 고배당주식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종전 14%에서 9%로 인하해 소액주주 세부담을 경감, 배당을 촉진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 마련했다.
정부는 설비투자 등에 대한 가속상각을 허용하기로 하는 한편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 적용 기간을 2016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이 병역 이행 후 같은 기업에 복직하면 근로소득세 감면 기간을 2년 추가한다. 경력 단절 여성을 재고용한 중소기업에는 2년 동안 인건비의 10% 세액을 공제하는 혜택을 부여한다.
개인이 벤처기업 등에 직접투자하는 금액 중 1500만원 이하분은 소득공제율을 종전 50%에서 100%로 인상하기로 했다.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제도 적용기한을 3년 연장하고 영화관 운영업을 대상 업종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지역경제 활성화, 기업경쟁력 제고, 민생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새해 본격화할 방침이다.
<2014년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 / 자료:기획재정부>
<새해 경제정책방향 / 자료:기획재정부>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