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최경진 가천대 교수 "가계통신비 통계기준 확립해야"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UN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정부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OECD 가계통신비 산정의 문제점 해결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국내외 가계통신비 통계 작성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한 통계 체계가 가계통신비를 둘러싼 사회적 혼란의 중요한 원인인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최 교수는 주장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가계통신비 통계는 국가별 통계기관이 제출하는 통계를 그대로 활용해 정확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011년 통계를 제출한 반면, 2007년 통계를 제출한 나라가 두 곳이나 됐다. 2009년 자료를 낸 나라도 네 곳이었다.

기준이 바뀌면 가계통신비 순위가 크게 바뀌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OECD 통계에서 우리나라는 가구당 통신비 148.39달러로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것만 보면 우리나라 가계통신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이를 가구원 수로 나눠 1인당 통신비로 계산해보면 49.46달러로 7위까지 내려간다. 우리나라 평균 가구원 수가 OECD 평균보다 높아 나타난 현상이다.

세부 항목을 분석해보면 더욱 극적인 결과가 나온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1년 가계소득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로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2위였다. 그러나 휴대폰 단말기 가격을 뺀 순수 통신서비스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전체 17위에 불과했다. 기준을 바꾸자 순위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최 교수는 국가 간 가계통신비 통계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68.6%로 2위인 영국(51.7%)보다도 훨씬 높았다. 그만큼 단말기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15.6개월로 세계에서 가장 짧다. 소액결제가 통신비 통계에 잡히기도 한다. 이밖에 스마트폰 사용으로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내비게이션 등을 구입하지 않게 되면서 얻는 경제적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경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1983년 합계 출산율이 1.1 이하로 떨어져 인구감소 신호가 왔는데도 잘못된 통계로 1997년까지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하는 잘못을 저지른 바 있다. 가계통신비를 둘러싼 국내외 통계 용어 및 작성기준을 통일해야 정확한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 이후에 정책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