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가계통신비 중 서비스 요금 비중 높지 않아···단말 비용 비중 세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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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 지출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4%는 통신 서비스 비용 비중(2.2%)과 단말기 등 통신장비 비용 비중(1.7%) 등의 합이다.

우리나라 가계통신비 중 단말기 등 통신장비 비용 비중은 1.7%로 25개 국가 중 가장 높다.

가계통신비 지출 중 단말기 등 통신장비 비용 비중이 1%를 상회하는 국가는 25개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반면에 우리나라 통신 서비스 비용 비중은 25개 국가 중 17번째로 나타났다.

◇통신 서비스 요금은 하위권

우리나라 통신 서비스 비용 비중이 25개 국가 중 17번째임에도 가계통신비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건 단말기 등 통신장비 비용 비중이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이어 가계통신비 중 통신장비 비용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와 핀란드는 전체 가계통신비의 각각 0.5%, 0.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미국과 독일, 영국 등 10개 국가는 0.1%에 그쳤다. 멕시코와 그리스는 0.01%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가계가 단말기 등 통신장비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결과다.

25개 국가의 가계통신비 비중은 최고 4.1%(네덜란드)에서 최저 1.7%(핀란드·룩셈부르크)로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단말기 등 통신장비 비용 비중은 국가 간 170%의 편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OECD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우리나라 가계통신비 지출 중 통신 서비스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4년간 가계통신비를 통신 서비스 비용과 단말기 가격으로 구분해 조사한 결과 가계통신비 지출 중 통신 서비스 비용은 60% 수준으로 나타났다. 단말기 등 통신장비 비용은 40%를 넘나들었다.

◇가계통신비-단말기 할부금(35.7%)〉데이터 요금(29.9%)〉음성통화 요금(25.2%)

다른 국가와 비교해 낮은 통신 서비스 비용임에도 월등하게 높은 단말기 등 통신장비 비용은 가계통신비 부담의 주범이다.

데이터 요금·음성통화 요금 등 통신 서비스 요금보다 단말기 할부금 등 통신장비 비용이 가계통신비 부담의 주요인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가계통신비 부담 1순위로 단말기 할부금을 손꼽은 비중이 전체의 35.7%로 나타났다. 이는 데이터요금 29.9%와 음성통화요금 25.2%보다 높은 수치다. 또 1년 전과 비교해 단말기 할부금이 증가했다는 응답자가 40%에 이르렀다. 감소했다는 응답자는 11.3%에 그쳤다.

이는 지속적인 단말기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소비자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가계통신비 부담 원인이 무엇인지 드러난 만큼 가계통신비 부담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는 해법은 단말기 가격에서부터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신 서비스 비용 제대로 파악 못 해

그럼에도 가계통신비 부담 원인에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당장 가계통신비를 대표하는 통계청 통계가 실질 지출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 비용이 과대 계상되고 단말기 등 통신장비 비용은 반대로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1분기 통계조사 방법을 변경, 통신장비 비용 비중이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가계통신비는 월 평균 15만9400원으로 단말기 등 통신장비 지출이 3만1800원, 통신 서비스 지출액이 12만7300원으로 조사됐다.

통신 서비스 지출이 80%, 단말기 등 통신장비 지출이 20%인 것이다. 2분기는 통신 서비스 지출이 87.5%로, 통신장비 지출은 17.6%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한국은행 통계와 현격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소비자 체감 지출과 상당한 괴리가 있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수치라는 게 중론이다. 통신장비 지출이 현실과 다섯 배 이상 차이나는 잘못된 통계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통신 서비스 비용이 높지 않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가계통신비에 부담이 되는 실제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가계통신비가 적절한지 논의하는 것 못지않게 가계통신비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칫 통신 요금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지 못할 때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가계통신비 세부 항목 비중 (자료 : 전자신문·ETRC)

가계통신비 부담 원인(자료 :녹소연)

가계통신비 비중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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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