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투잡(Two Job)으로 대리운전을 시작한 지 2년째인 회사원 이성환씨(42)는 요즘 걱정이 많다. 회사에서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에 우유 하나로 저녁 식사를 때우고 난 후, 종로에 시작하는 대리운전이 처음에는 집안 살림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나름 최선을 다해 밤잠을 줄여가며 일을 해왔는데도 벌이가 시원치 않아서이다.
이씨가 하루 4~7개 정도의 대리운전 주문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을 하면, 하루에 손님으로부터 받는 돈은 8~9만원 남짓. 일요일만 쉬고 월 25일을 하루도 빼지 않고 일을 하면 150~2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일을 해왔다. 하지만, 콜 센터업체가 가져가는 20%의 콜 수수료, 대리운전 보험료, 시스템 사용료, 이동비, 편의점, 포장마차 등에서 간단히 때우는 식대 등을 빼면, 하루 4만원, 월 100만원 벌기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푸념을 한다.
현재 대리운전 서비스 시장은 3조 규모로 알려져있으며, 전국 대리운전 기사 수는 15만 명 정도로, 대리운전 콜 센터 업체들의 콜 수수료는 지역이나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대리운전 비용의 20%가 업계의 기준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대리운전 업체들 역시 콜 센터 유지비나, 광고비를 지출하다 보면 20%의 수수료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대리기사들이 거리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대리기사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대리기사들이 시스템 제공업체 및 대리운전 업체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검찰에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기존 콜 센터에 의존한 대리운전 서비스 시스템은 고비용의 비효율적인 구조로 요즘 같은 스마트 시대에 전혀 스마트하지 않다”며 콜 센터 없이 고객과 대리운전 기사들을 직접 연결해 주는 ‘모두다대리’ 서비스가 출시되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리운전 서비스, 콜 센터로부터 독립선언! 대리독립만세’라는 파격적인 슬로건을 내건 ‘모두다대리’ 신정우 대표는 “그동안 콜 센터가 대리운전 시장에서 고객과 대리운전 기사님들의 중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콜 센터는 더 이상 대리운전 시장에서 필수불가결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콜 센터가 필요 없는 ‘모두다대리’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은 싸고 편리하게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대리기사들은 20%라는 살인적인 콜 수수료 부담 없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모두다 윈윈(Win Win)하는 대리운전 업계의 진정한 오픈마켓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고객과 택시를 콜 센터의 중개 없이 바로 연결해주는 ‘이지택시’는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올해 한국에 진출하기도 했으며, 카카오톡을 서비스하고 있는 다음카카오 역시 이와 유사한 택시 앱을 내년 초에 출시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이른바 ‘리무진 중개 서비스 우버’ 역시 콜 센터 없이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를 직접 연결해 주고 있고, 실제 이용 경험이 있는 대다수의 고객들 역시 ‘콜 센터에 전화하는 것보다 훨씬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관련 서비스 시장에서 콜 센터의 역할은 앞으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리운전 직거래장터를 표방하며 ‘콜 센터와 작별’을 선언한 모두다대리의 이른바 ‘스마트’한 시도가 향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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