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의 관점에서 보는 미래 지구사회는 100억개의 바이스와 1조개의 센서로 구성되는 트릴리언 센서 유니버스(TSU:Trillion Sensors Universe)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TSU는 한 사람이 평균 10개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100억 스마트폰 가입자 환경과 이들이 어림잡아 100개의 각종 스마트 센서(1조)로 에워싸이는 디지털 행성 생태계다.
지난 10월 구글이 발표한 피지컬 웹(Physical Web)프로젝트는 이러한 TSU시대를 구체화하는 플랫폼 선점전략이다. 이 구상은 현재의 복잡한 모바일 앱 대신에 인터넷 주소(URL)를 사용함으로써, 각종 앱 대응 디바이스와 개별 사물인터넷(IoT) 규격이 난립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단번에 해결하겠다는 만물인터넷 공통 플랫폼 확보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피지컬 웹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웹에 접속된 모든 사물이 URL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발신함으로써 어떤 공간에 있는 이용자와 양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일일이 전용 앱을 내려 받는 번거로움 없이 원터치로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한 점은 이러한 플랫폼 선점은 곧 5G의 요구사항과 만물인터넷의 생태계를 일거에 충족하는 빅 스위치를 장악하는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만물인터넷 생태계에서는 그 요구조건은 극적으로 차원을 달리한다.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다양한 단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되고, 그만큼 늘어난 융합 서비스를 위해 더욱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실시간으로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업자는 이러한 목표성능을 한층 안정된 시스템과 간편한 이용자 인터페이스 환경으로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목격하게 될 이러한 초연결 혁명은 현재 이동통신 규격과 시스템의 선형적 연장선상 접근만으로는 사실상 한계에 부닥치게 한다. 예를 들어 4K 또는 8K 동영상물을 간단한 조작만으로 촬영 또는 편집하여 기지국이나 중계국의 개입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스트리밍하는 수많은 1인 사업자나 1인 방송국이 초밀집하는 장면을 그려볼 수도 있다.
전 세계의 자동자 메이커와 인터넷 기업이 다투어 실현하려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의 도래도 현재 LTE 규격과 관련 시스템의 구조적 재편을 불가피하게 한다. 위성과 자동차, 자동차와 교통신호, 다른 주행 자동차와 보행자 상황인식, 도로상의 돌발적인 장애물 회피 등 시시각각 다차원 커뮤니케이션과 실시간 지능 처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수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상황의 전개는 언제, 어디서나 단말이 분산컴퓨팅의 주체가 돼 데이터를 생산하고 발신하는 트래픽 구조로 바꾸게 한다. 그 과정에서 단말이 주도하는 소형 기지국이나 사실상의 방송국의 역할을 하는 사업형태의 출현과 서비스 패러다임 전환을 강제하는 양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G이동통신, 클라우드 컴퓨팅, 만물지능통신이 입체적으로 협업하는 진정한 유비쿼터스 미디어 리치 시대가 열리고 있다. 1000억 개의 디바이스와 1조개의 센서가 디지털 피부막(Digital Terraforming)을 형성하는 TSU시대의 진입은 피할 수 없는 디지털 혁명의 대항해 길이다.
바로 이 거대도전에 어떻게 응전하는지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흥망성쇠는 엇갈린다. TSU시대에 도전하는 ‘Trillion Sensors Korea’ 전략을 대통령 프로젝트로 긴급발진하면 어떨까.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창의미래연구소 책임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