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차편으로 40여분 남짓 달린 뒤 도착한 루트비히스하펜시. 독일 서남부 라인 강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이곳은 연매출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화학업체 바스프(BASF)가 1865년에 첫 삽을 떠서 사업을 시작한 터전이자 쉴 새 없이 증설을 거듭하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생산본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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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50주년을 앞둔 독일 대표기업 바스프 본사를 지난 6일(현지시각) 찾았다. 국내 석유화학·소재 분야 업체들의 롤모델답게 바스프의 공장은 외형이 엄청나다.
10㎢의 바스프 화학단지에는 2000여개의 빌딩과 206㎞의 도로가 있다. 파이프라인 길이는 무려 2800㎞에 이른다. 각종 화합물을 운송하는 철도 길이는 230㎞다. 단일 기업의 생산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바스프의 생산 공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페어분트(Verbund)’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페어분트는 바스프만의 독특한 생산설비 방식이다. ‘생산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은 버릴게 없다’는 기조아래, 폐수 등을 다른 생산 공장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바스프는 자가 발전소를 통해 공장 내 필요한 전기의 70% 이상을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스마트 공장’의 대표 사례로 불리는 배경 중 하나다.
드넓은 이 곳 사업장에서 외부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이지만 기자는 지난해 3월 바스프가 개소한 ‘배터리랩’에는 들를 수 있었다. 이곳은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고 성능을 테스트하는 공간이다. 랩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건조해졌고 곧바로 뻑뻑함을 느꼈다. 차세대 배터리 소재인 리듐이 수분에 예민해 랩실의 습도를 2%로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나 사폰트 박사는 “바스프는 리듐-황과 같은 값싸고 고성능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곳은 다양한 배터리 업체와의 차세대 소재 개발을 위해 기술 협업공간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과의 또 다른 기술 협업 공간으로 ‘디자인패브릭(Designfabrik)’이 있다. 바스프가 생산하는 각종 기능성 소재를 기반으로 다양한 디자인 혁신을 시도하는 곳이다. 발바닥 충격을 흡수해주는 아디다스의 운동화, 메르세데스 벤츠의 플라스틱 휠 등이 이곳에서 창조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안드레아스 마글린 팀장은 “화학회사인 바스프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과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의 격차를 줄여 새로운 혁신을 이루고자 지난 2006년 탄생한 곳”이라며 “기존의 틀을 깨고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바스프의 이 두 곳은 외부에 입소문이 나면서 업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 업체들이 줄이어 다녀갔다.
루트비히스하펜(독일)=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