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산정을 놓고 한국전력과 마찰을 빚어온 통신·방송업계가 아예 ‘원격검침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정액제 방식 대신 쓴 만큼 과금하는 방식으로 전기료를 부과해 전기료를 절약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선통신에서 시작된 원격검침 움직임은 유선통신을 넘어 방송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비용절감과 관리의 효율화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KT는 유선통신 원격검침 시범사업을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원격검침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 현장에 가지 않고도 정확한 전기사용량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무선통신에만 원격검침 기술을 적용했다.
KT는 전봇대에 달린 유선통신용 중계장비에 원격검침 장비를 시범 설치하기로 했다. 효과가 크다고 판단되면 수요를 파악한 뒤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정액제 방식인 전기요금체계를 실 사용량에 따른 요금납부체계로 변경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KT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정액제 방식이어서 실제 전기 사용량과 요금 납부 사이에 차이가 있어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것”이라면서 “적용효과 및 수요 파악이 끝나는 대로 유선통신에도 원격검침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 유선부문에도 원격검침을 적용하는 것은 KT가 처음이다. 무선부문은 지난해부터 도입이 시작됐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3사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무선기지국 전원공용화 및 원격검침 시스템 도입 작업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본격 적용된다. 이 작업으로 매년 9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통신 분야에서 시작된 원격검침 도입은 방송 분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생각보다 많은 지역에서 한국전력과 업계 간 전기요금 분쟁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갈등이 많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적용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를 정액제로 사용하다보니 방송 업계도 한전과 마찰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종량제를 도입해 정확하게 실제 전기 사용량을 측정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