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라는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이 있다. 시작은 용처럼 거창한데 마무리가 흐지부지해 뱀의 꼬리처럼 된다는 말이다. 지난 10년간 추진된 의료정보 표준화 정책이 그러하다.
의료정보 표준화 정책의 시작은 매번 거창했다. 곧 의료정보 표준화가 이뤄져 환자는 어느 병원에서든 반복적인 검진 없이 지속 가능한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전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의료정보 표준화는 현실과는 먼 얘기다.
무엇 때문일까. 이유는 운영 주체와 추진 배경에 있다. 지난 10여년간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개별적으로 의료정보 표준화 시범과제를 진행했다. 두 기관 간 일부 협의는 있었지만 공동 추진은 없었다. 그 결과 7~8회에 걸쳐 시범사업을 진행했음에도 아직도 제자리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의료정보 표준화에 한발 걸쳤다. 미래부는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 일환으로 산재병원 대상으로 의료정보 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역시 복지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추진 배경 마찬가지다. 해당 기관은 의료정보 표준화가 범정부 차원의 장기 프로젝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처의 단기 성과물로만 접근한다. 때로는 생색내기 수준으로만 인식하는 바람에 시작할 때는 거창하게 홍보하고 이후 진행상황에는 나 몰라라 하곤 한다.
의료정보 표준화를 이룬 미국·호주 등은 모두 범정부 차원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의료정보 표준화는 현 복지부만의 주도로, 또는 산업부나 미래부만의 주도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해 집단 간 첨예하게 꼬인 정책을 생색내기나 부처 이기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국민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병원의 진료서비스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용두사미식 의료정보 표준화 정책이 되풀이되는 것부터 중단돼야 한다. 특히 의료서비스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지금부터라도 나서야 한다. 우선, 의료정보 표준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체계부터 새로 짜야 한다. 부처이기주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다는 대전제로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얘기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