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한 가운데 아시아 지역 경제통합의 또다른 중심축으로 주목받는 한중일 FTA 협상이 이번주 일본에서 진행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아세안(ASEAN) 중심의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까지 맞물려 있어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간 일본 도쿄에서 한중일 FTA 제6차 실무협상이 열린다. 한국은 김영무 산업부 FTA교섭관이 대표로 참석한다.
한중일 3국은 지난 2012년 11월 통상장관회담에서 협상 개시를 선언한 후 지난 9월까지 5차례 협상을 가졌다. 그 결과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 원칙’에 합의했다. 상품·서비스·투자는 물론이고 경쟁·지재권·전자상거래·환경 등 규범 및 협력 분야까지 다뤘다. 6차 협상에서는 3국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품 양허 협상지침(모델리티)과 서비스·투자 자유화 방식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한중일 FTA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3국의 경제통합인데다 일본과 정치적 갈등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협상 진척이 쉽지 않다. 내용 측면에서도 공산품 개방을 늦추려는 중국과 이를 뚫으려는 한일, 반대로 농산품 시장을 보호하려는 한일과 공세적 입장을 취하는 중국 간 대립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한중일 FTA는 TPP·RCEP 등과 맞물려 국제 통상지도 재편의 중요한 열쇠임이 분명하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중일 FTA는 3국간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넘어 한중 FTA, RCEP, TPP를 잇는 핵심 연결고리”라며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기초를 형성하고 세계 교역구조에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협상”이라고 평했다.
자연스레 한중일 FTA 협상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1위 수출 상대국 중국과 FTA 타결에 성공했지만 아태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최적의 경제통합을 완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최근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제안해 다시 부각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산업부는 “우리 정부는 최근 실질 타결된 한중 FTA와 정합성을 유지하면서 한중일 FTA와 RCEP 등 지역경제 통합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베트남에서 한·베트남 FTA 8차 협상을 개최했다. 한·베트남 FTA는 최근 타결된 중국, 뉴질랜드 FTA에 이어 연내 타결이 기대되는 또하나의 FTA다.
산업부는 “이번 회의에서 원산지·통관·경쟁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도출했으나 상품 양허 등 핵심 분야에서는 여전히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고 협상 결과를 전했다. 다음 9차 협상은 내달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