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주관으로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700㎒ 대역 용도 관련 공청회’가 국회의원들의 노골적인 방송사 편들기로 변질됐다. 초고화질(UHD) 방송에 700㎒를 할당해야 한다는 지난 국정감사 때의 기조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공청회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상임위원들은 정부의 UHD 방송 도입 외에 정부의 재난망 할당 원안에도 문제점을 제기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통신과 방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효과적 대안보다 결론이 정해진 듯한 공청회에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공청회에서 최근 비공개로 열린 간담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절충안을 중심으로 질의를 이어나갔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당시 700㎒ 중 20㎒ 대역은 사업 추진이 시급한 재난망에 우선 할당하고 나머지 대역에선 통신에 이미 할당된 40㎒ 폭을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는 재난망과 UHD 방송의 전국방송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되면서 통신 할당 방안은 철저히 제외된 채 진행됐다. 간혹 통신 관련해 나오는 질의도 “700㎒ 아니면 통신 서비스가 불가능한가”라며 맞받아치며 논의를 차단시켰다. 특히 정부가 정한 718~728㎒, 773~783㎒ 재난망 분배안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비공개 간담회 이후 UHD 전국 동시방송을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어떤 식으로든 주파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UHD 방송을 위해서는 정부가 제안한 안보다는 대안1(758~768㎒, 788~798㎒)대로 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 원안대로 가면 54㎒를 한꺼번에 확보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대안1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이 안은 일본 이동통신 기지국 전파와 간섭 현상이 생겨 재난망 운영에 장애가 생긴다.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정부 원안은 국제 표준과 시장 현황을 고려한 안이지만 대안1은 전남과 경상도, 제주도 일대에서 심각한 간섭이 예상된다”며 “일본과는 실제로 1990년대 간섭 현상이 발생해 상호 논의로 해결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UHD 전국방송은 ‘위성 등을 사용한 전국적으로 시청 가능한 방송’ ’전국 모든 방송국의 UHD 전환’ 두 가지 의미로 나누어볼 수 있다는 정부 의견에는 질타가 이어졌다. 지역 방송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게 여야 의원들의 주장이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오늘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위성을 이용해서 지방에서 UHD 방송을 보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 방송도 자기 방송사 로고를 달고 자체 UHD 방송을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본 위성 UHD 얘기를 섞어서 사안을 헷갈리지 하게 말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조규조 국장은 이에 대해서 “두 가지 형태 중 어떤 형태로 UHD 방송을 할지는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기 방통위 방송정책국장도 “미래부와 방통위 정책협의회에서 지역 방송 체계를 흔들지 않는 방안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여야 의원들은 지상파 방송사에서 UHD 방송을 못하면 콘텐츠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UHD 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초단파(VHF) 여유 대역에서 UHD 방송이 가능하지 않다는 질문을 유도하기도 했다.
공공과 통신, 방송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주파수를 분할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기를 기대했던 이날 공청회는 결국 ‘정치권의 지상파 편들기’를 확인하는 자리로 끝을 맺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