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자동차산업의 미래와 머피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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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기능안전 표준이라 할 수 있는 ISO 26262와 소프트웨어(SW) 재사용을 규정한 오토사(AUTOSAR)를 기반으로 재품 개발과 생산 절차를 표준화하고 있다. 이런 기술 패러다임 변화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전장화와 모바일·가전 시스템 혁신, 인지 소프트웨어(Cognitive Software) 등이 결합하면서 거대한 산업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융합은 각 산업의 기술적 요구에 대한 상호보완에서 시작됐다.

예를 들어 멀티코어 MCU는 PC, 모바일 및 자동차에서도 일반화된 구조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PC나 스마트폰의 멀티코어는 동일한 코어를 2개, 4개, 8개 등으로 추가해 SW를 분산 처리함으로써 실행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차량 반도체의 멀티코어는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지는 CPU를 혼합한다. 이에 따라 주 기능은 상대적으로 고성능인 메인 CPU가, 모니터링 및 감시 기능은 보조 CPU가 처리함으로써 기능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차량용 멀티코어의 또 다른 목적은 기존 차량 네트워크로 처리하던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해 네트워크 통신을 CPU 간 통신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SW 간 처리 지연을 최소화하고 실시간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고성능 PC 및 모바일 MCU는 성능 향상을 위해 모든 코어가 2~3㎓ 이상이 주로 출시되고 있으나, 차량용 멀티코어 MCU는 작동 안전 때문에 400㎒ 이상은 아직 널리 쓰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를 구현하기 위해선 차량 내부 정보뿐 아니라, 차량 외부 환경 정보까지 수집, 판단하는 인지SW 기술이 필수다. 이런 인지 기능은 고성능 하드웨어(HW) 및 메모리를 요구하며, SW의 업데이트를 위해 기존 전장 반도체로 개발하기에는 더 많은 비용이 든다. 특히 기존 PC SW는 실시간 기능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기능안전과 고성능을 저가의 시스템으로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PC 및 자동차 시스템 융합 플랫폼 제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표준 플랫폼은 게이트웨이를 통해 유무선으로 고성능 시스템과 고안전 시스템을 묶는 HW·SW 기술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완성차(BMW), IT(구글, TI), 부품(보쉬) 등을 망라한 모든 관련 산업계가 기술 장벽을 허물며 융합하고 있다.

스마트카와 자율주행에 사용될 반도체에 포함된 HW와 인지 SW는 서비스 로봇에 사용하는 기술과 동일하다. 즉,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차세대 성장동력인 서비스 로봇 기술도 확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와 인지SW 혁신은 ‘반드시’ 기존의 저임금·단순노동 산업을 대체하고, 실업난을 가속화할 것이다. 또 기능안전과 인지 기반의 통합 기술은 자율주행차를 넘어 서비스 로봇 등으로 적용 분야가 확장되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초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핵심 원천 기술 확보는 자동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산업 전체의 생존과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대책은 최근 개봉한 SF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영화 주인공은 머피의 법칙이란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이는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발생할 일은 반드시 발생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고안전 기반의 자동차와 로봇 산업 그리고 모바일·가전 등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있는 거대한 융합의 흐름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산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도 여기서 출발한다. 이제부터라도 거대한 기술적 변화를 직시하고 의지를 갖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의 기술적 변혁은 ‘회피하고 싶은 산업적 재앙’이 아닌 새로운 산업 도약을 위한 ‘반드시 발생해야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위재경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 wjk@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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