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700㎒ 주파수 용도 `경제파급효과` 최대 쟁점

700㎒ 용도 결정을 위한 국회 차원의 첫 공청회가 11일 오후 2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전체회의실에서 개최된다. 700㎒ 대역 20㎒ 폭이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에 우선 할당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나머지 88㎒ 폭을 놓고 통신과 방송 업계의 설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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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지방파 방송사의 초고화질(UHD) 방송용으로 700㎒를 할당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미방위 상임위원이 대거 참여하는 이번 공청회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통신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개적 장소에서 전문가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일방적 편들기의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따져 주파수 할당의 효과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효과적 할당 방식 논의하는 공정한 자리 돼야

이번 공청회에는 조규조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국장과 정종기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장이 정부 진술인으로 참가한다. 방송 쪽에서는 이상운 남서울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가 UHD 방송의 중요성을, 통신 쪽에서는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가 700㎒ 통신 할당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업계는 지난 국감 때처럼 일방적인 질타가 아닌 통신과 방송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혜안이 논의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3사가 생중계를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방송 진영의 정부 압박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700㎒ 용도 할당도 중요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의 주장에 문제는 없는지 근본적인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UHD 방송을 통해 난시청을 해소하고 직접수신율(현재 7% 안팎으로 추정)을 20~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의 구체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한 주파수 전문가는 “UHD 방송이 보편성을 가지려면 지상파 UHD 방송에 대한 기술적 난제부터 해결이 가능한지가 먼저 입증돼야 한다”며 “방송사가 주장하는 54㎒ 폭으로 UHD 전국방송이 가능한지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논의 없이 진행되는 공청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700㎒, 방송과 통신엔 어떤 가치가 있나

근본적 문제점에 대한 논의 후에는 통신과 방송에 700㎒를 할당했을 때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살펴봐야 한다. 한국방송협회는 최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지상파 UHD 방송의 경제적 가치가 약 11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5년간 방송 관련 산업 분야에서 4조4000억원, 타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3조6000억원으로 분석됐다. UHD 이용자 가치는 1100억~1600억원, UHD 콘텐츠 파급 효과는 1조8000억~2조9000억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미 다양한 기관의 분석 자료에서 700㎒ 통신 할당의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큰 것으로 파악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는 700㎒ 대역의 통신 광대역 활용으로 국내에서 2014년에서 2020년까지 6년 동안 683억달러(약 74조원) 국내총생산(GDP) 향상 효과를 전망했다.

광대역 모바일 통신이 제공하는 빠른 속도와 유연성을 활용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기업 생산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결과다. 조사가 이뤄진 시점이 2010년이기 때문에 통신이 발달한 현재에는 더 큰 가치가 예상된다. 반면에 방송에 배치되면 생산성 증대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역시 700㎒ 유휴대역을 통신에 할당하면 방송보다 훨씬 높은 53조원의 GDP 창출 효과를 예상했다. 무엇보다 정부는 주파수 경매를 통해 통신사로부터 수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한 대학 주파수 전문 교수는 “과거 사례를 미뤄보면 40㎒를 통신에 할당하면 경매 수익이 최소 2조원 이상 돼 관련 산업 연구개발(R&D) 등에 사용할 수 있다”며 “방송은 이미 무료로 많은 전파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욕심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저대역 전체로 논의 폭 넓혀야

UHD 방송은 낮은 직접수신율과 국제 표준 미비 등 논란이 많은 반면에 통신사들의 주파수 주장은 현실적 위기감에 기반을 둔다. 700㎒는 3㎓ 이하 저대역 주파수 중 광대역 용도로 확보 가능한 유일한 주파수 대역이라는 게 통신 업계 주장이다.

특히 700㎒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어려워 2~3년 내로 통화품질 저하 등 현실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적으로 700㎒를 통신 용도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비표준 대역을 사용하면 장비와 단말 수급이 어려워져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700㎒ 대역의 40㎒ 폭을 할당받으면 경매에 투자된 비용만큼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 이미 사용하고 있는 LTE 서비스의 용량 부족을 해결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통신 속도가 빨라질 뿐 요금 인상 가능성은 없다는 설명이다.

통신사들은 이번 공청회를 통해 공공과 방송, 통신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모두가 700㎒에만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라 다른 대안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700㎒ 대역 108㎒ 폭에만 한정돼 논의를 진행하면 어느 한쪽도 만족할 수 있는 답이 나올 수 없다”며 “900㎒ 미만 저대역 전체를 놓고 주파수 조정 등의 방법을 통해 혁신적이고 창의적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