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공정위의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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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철이다. 내년 나라살림을 어떻게 꾸릴지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3일까지 전체회의, 16일부터 30일까지 소위원회 심사와 전체회의 의결을 앞뒀다. 세종정부청사 공무원은 국회와 세종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언론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예산에 집중됐다. 각 부처 예산을 다룬 기사가 하루에도 수십건씩 쏟아진다. 하지만 유독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부처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그 중 하나다. 예산 규모가 작고 사업 내용이 복잡하지 않아 매년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예결위의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공정위 예산안은 1034억원으로 올해보다 22.2%(188억원) 늘었다. 신규사업이 많이 생겼기 때문은 아니다. 164억원은 한국소비자원 출연금 증액분이다. 소비자원의 지방 이전에 따라 생긴 서울 청사 매각대금 덕분에 잠시 줄였던 출연금이 내년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사실 기대를 모았던 공정위의 예산 증액 내역은 ‘정원 확대’다. 공정위의 인력 부족 문제는 이미 수없이 지적됐고 노대래 공정위원장도 지속적으로 정원 확대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예산을 고려하면 인력 충원은 10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부처라고 여유로울리 없겠지만 공정위 인력은 유독 부족하다. 9월 현재 공정위 정원은 본부 385명, 지방사무소 144명으로 총 529명이다.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공정 거래’를 조사·적발하고 판결(1심)까지 내린다. 때로는 사건 처리에 수년이 걸리고 담합을 10여년이 지나서야 알게되는 일이 생기는 것도 부족한 인력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정원 확대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업무 조정이다. 특히 사소한 민원은 민간 영역으로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더 요원해 보인다. “일을 줄이려 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다”는 공정위 관계자 말에서 업무 조정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처는 방치하면 곪아 터지기 마련이다. 이제라도 공정위 인력·업무 문제를 국민의 시각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가 삐걱거리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선량한 기업과 국민이기 때문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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