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상용화 속도 내는 글로벌 완성차, 2020년 '초보딱지' 뗀다

# 자율주행은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미래 자동차 기술의 핵심 화두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운용체계(OS) 업체 정도로만 알려졌던 구글이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하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상용화 계획을 밝히기 시작했다. 물 밑에서 진행되던 기술 경쟁이 경계 밖에 있던 ‘낯선’ 도전자의 등장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독일, 미국, 일본 등의 선진 자동차 업체들은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확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아우디가 최고 속도 240㎞/h에 달하는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시연하고, 테슬라도 차기 모델에 자율주행을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Photo Image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독일 브랜드들이다.

아우디는 교통 체증 구간에서 저속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당장 내년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아우디는 전기·전자 기술 혁신 및 ICT와의 융합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축적한 자율주행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CES에서는 노트북만한 크기의 자율주행 통합 ECU ‘zFAS’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우디는 고성능 칩세트와 각종 센서 프로세싱을 효율적으로 통합해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아우디는 또 지난해 미국 네바다주 자동차관리국의 첫 번째 자율주행 차량 면허증을 취득한 업체이기도 하다.

1980년대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선 메르세데스-벤츠도 최근 최고급 세단 S500에 탑재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기능을 통해 100㎞에 이르는 구간을 자율주행 하는 데 성공했다. 11개에 달하는 레이더 및 영상 센서를 기반으로 신호등과 도로 상황 등을 파악하고 사고 없이 주행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까지 양산 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BMW는 자국 부품업체인 콘티넨탈과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드리프트까지 가능한 235i와 6시리즈 쿠페의 자율주행 시연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BMW는 차량 주위 360도를 지속적으로 스캐닝할 수 있는 라이다 기술과 GPS를 조합해 미국 캘리포니아 라구나세카와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 정보를 완전히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볼보자동차도 스웨덴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자율주행차 시범 사업 ‘드라이브 미’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17년 100대의 자동차를 이용해 교통 체증 구간과 고속도로를 포함한 50㎞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구현할 예정이다.

Photo Image

1990년대 초반부터 국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속속 상용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정부 기관, 대학 등 외부 연구개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GM은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과 공동 연구를 통해 2017년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08년 자율주행 콘셉트카 ‘보스’를 선보이고 10년 안에 상용화할 수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2020년에는 눈이나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차선을 자유롭게 변경하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포드도 지난해 12월, 차량에 장착된 4개의 라이다 센서가 초당 250만번의 스캔을 통해 만든 3D 지도를 이용해 자율주행할 수 있는 퓨전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였다. 또 올 1월에는 MIT, 미시간대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고 선언했다. 대학과의 공동 연구는 라이다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특히 닛산은 지난해 8월, 2020년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또 주력 전기차 리프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콘셉트카에는 각종 첨단 센서는 물론 차량 측면 간격 제어 기술을 포함한 신기술들이 적용됐다. 닛산의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은 당초 전망보다 공격적인 계획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렉서스를 이용한 자율주행 운행 테스트를 진행 중인 도요타도 내년부터 고속도로에서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용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완성차 외에 IT 업체들의 연구개발 및 투자도 활발하다. 구글은 올해 초까지 이미 80만㎞ 이상의 자율주행 시험주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구글은 자율주행 기술을 토대로 관련 서비스 시장 선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광고를 융합한 사업 모델을 특허 출원하고, 우버에 2억58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이 외에 IBM이 자율주행 자동차용 빅데이터 처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고, 노키아도 자율주행에 특화된 3D 지도 솔루션 ‘히어’를 선보인 바 있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미래자동차공학과)는 “미국, 독일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자동차 선진국들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자율주행의 개념과 기술 개발 로드맵을 마련하고 착실히 상용화를 준비해 왔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정부와 대학, 연구소 등 다양한 외부 연구개발 자원과 협업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