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산업 뒤흔드는 빨강머리 ‘엔(円)’...철강·조선·자동차 쌍끌이 `신음`

“엔저 영향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외환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상이다.

국내 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와 조선, 철강산업에 이른바 일본발 ‘빨강머리 엔(초 엔저)’이 급습하면서 산업 지형 자체가 변하고 있다. 6년 만에 처음으로 950원 밑으로 떨어진 원엔 환율은 이제 ‘우려’를 넘어 ‘국내 실물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로 급부상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출 효자품목인 자동차 시장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가 국산 자동차보다 더 저렴하게 출시되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2000달러 가까이 국내 차가 저렴했지만 초엔저를 등에 업고 현대 쏘나타대비 도요타 캠리가 수백달러 가격이 낮아졌다.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조선 산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대형 조선 수주 실적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은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과 일본에 밀리며 3위로 추락했다.

철강 업계는 일본 철강재의 저가 공세에 휘청이며 일본재 철강을 들여와 납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가공세를 이어왔던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가격 후려치기에 나서면서 한국의 수출은 줄고 수입 물량은 증가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9월 기준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117만6000톤으로 1년 만에 56.6% 급증했다.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은 67만8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7% 늘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벌어져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승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정보전자소재 부문과 SKC의 필름 부문은 엔저에 따른 수익성 둔화가 진행 중”이라며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 업체의 가격 공세는 시장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추가 양적 완화로 단기 시황은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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