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제조·용역 업계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현장조사에 나선다. 하도급 대금 지급 지연, 미지급 등으로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이다. ‘중소기업이 체감할 때까지’ 현장조사를 지속할 방침이어서 실질적인 개선이 기대된다.
공정위는 6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제조·용역 업종에서 하도급 대금 지급실태 관련 현장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요 조사대상은 2013년 하도급 서면 실태조사 결과 제조·용역 업종에서 하도급 대금이나 어음할인료 미지급 등 대금지급 관련 불공정 혐의가 있는 60여개 업체다.
주요 혐의는 하도급 대금 미지급, 지연이자 미지급, 어음할인료·어음대체결제 수수료 미지급, 선급금 미지급 및 지연지급 등이다. 공정위는 불공정 혐의가 있는 기업명은 밝힐 수 없지만 업종은 제조업에서 자동차·전자제품·기계·의류·전기장비·도매, 용역에서 건축·엔지니어링 서비스업과 운송업 등이라고 설명했다.
배진철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대금 지급을 원활하게 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실태를 점검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가 지난 7~8월 건설업종을 대상으로 한 현장조사에 이은 2차 실태점검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종 대상 조사는 적발된 현금결제비율 미준수, 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위법성 검토를 마치고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며 연말까지 처리를 완료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대금지급 불공정행위 근절로 중소 하도급업체 자금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현장 실태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법 위반이 적발되면 우선 관련 대금이 신속하게 지급되도록 최대한 자진시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업체가 스스로 시정하지 않거나, 자진 시정했더라도 상습적으로 법을 어겼거나 위반 금액이 클 때에는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으로 엄중 제재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대대적인 현장조사에 나서며 미리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자진시정 유도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10만개 회사(원사업자 5000개, 수급사업자 9만5000개)를 대상으로 하도급 서면 실태조사도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제조·건설·용역 등 모든 업종에 걸쳐 하도급대금 지급 관련 불공정 혐의가 있는 회사를 대상으로 제3차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배 국장은 “3·4차 현장조사 등 중소기업이 체감할 때까지 계속 점검할 계획”이라며 “중소기업 자금순환이 원활해지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