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트코인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가상화폐가 실물경제로 스며들며 기반을 다지고 있어 차세대 ‘화폐혁명’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 국세청마저 재화로서의 비트코인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4일 외신에 따르면 올해 초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 파산으로 흔들렸던 비트코인 인기는 미국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에 이어 PC 제조사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등 주요 기업이 속속 비트코인 시장에 가세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은 지난 7월 말 북미 시장에서 비트코인 업체와 제휴해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인기 업체들에서 페이팔을 적용하고 있어 사용자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페이팔은 해외로도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비트코인 결제를 적용하면서 유명세를 탔던 전자상거래 업체 오버스톡은 최근 회사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회사는 이 밖에 거래처 대금 지급에도 비트코인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PC 제조사 델도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하고 한 달 만에 당시 시세 기준 약 5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결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델 창립자 및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델은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한 후 한 달 만에 “비트코인 주문 결제대금이 85비트코인(BTC)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늘어나는 비트코인 인기에 투자자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인기 비트코인 지갑 서비스 및 데이터 분석업체 블록체인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등이 참여한 투자그룹으로부터 3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비트코인 업체가 유치한 단일 투자액 중 최고다.
◇비트코인 사용 확산 이유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적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미 정부가 비트코인을 사실상 자산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세청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재산처럼 분류해 과세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결정 이후 비트코인이 과세 대상이 되며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오히려 안정성을 인정받는 분위기다.
결제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작용했다. 신용카드 결제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의 5%가량을 카드회사에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지만 비트코인은 1% 정도에 불과하다. 마이클 델 CEO가 비트코인 매출액을 밝히자 트위터에는 신용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아낀 것을 축하한다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여전히 비트코인이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 그 중 하나가 가격 변동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마운트곡스 파산 등 외부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크게 요동쳤다. 익명으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도 불법 거래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 자금이 유통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주요 인사들은 비트코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빌 게이츠는 “비트코인이 화폐보다 낫다”며 “물리적으로 같은 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 대규모 거래에서 화폐보다 편리하다”고 평가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