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이 잘되면 다른 팀이 망하는 상태라면 제도를 바꿔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IBM 갈등의 원인은

신제품 출시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재무팀과 영업팀이 한 치 양보도 없이 다툰다. 재무팀은 요즘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추세니 신제품 가격은 좀 더 올려야 한다고 하고, 영업팀은 지금 가격도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니 오히려 더 낮춰야 한다고 고집한다. 영업현장이 치열해 가격을 올리면 매출액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두 팀의 상황이 대립되고 있는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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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은 1993년에 49억7000만달러의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부임한 루 거스너 회장은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수많은 영업본부에서 자기 본부의 제품 판매 실적만을 높이기 위해 고객들에게 자사의 다른 영업본부 제품을 비난하고 있었던 것이다. IBM의 영업본부들이 비슷한 고객층을 상대로 경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부서 이기주의가 극에 달해 있었던 상황이다.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음을 알게 된 루 거스너 회장이 취한 조치는 ‘성과급제 전면 개편’이었다.

그때까지 IBM 영업사원들은 본부별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았다. 그런데 루 거스너 회장은 본부별 인센티브를 절반 이상 줄이고, 그룹 전체의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 그때까지 다른 본부의 제품을 비난하던 영업사원들이 고객에게 더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소속 본부의 성과만큼 조직 전체의 성과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내부 갈등은 자연히 사라졌고, 루 거스너 회장이 취임한 지 2년 만에 IBM은 30억달러 흑자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IBM 내부 갈등의 원인은 잘못 설계된 성과급 제도에 있었던 것이다.

조직 내 갈등은 이처럼 개개인의 잘못보다는 외부요인일 때가 많다. 이런 외부적 갈등요인은 업무현장에 알게 모르게 내재해 있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는 ‘불량률 감소’와 ‘생산속도 향상’이 부딪힌다. 품질을 담당하는 직원은 불량률을 낮추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물건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려 한다. 그런데 생산량을 책임지는 직원은 빨리빨리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기에 이런 품질 담당 직원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생산단가 절감’과 ‘품질 유지’라는 목표도 마찬가지다. 한 직원은 단가 걱정에 품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싼 원료를 구매하려 하고, 다른 직원은 품질을 생각하며 좀 더 좋은 원료를 사자고 주장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 기업들이 이러한 시스템 문제를 잘 깨닫지 못한다. 단지 직원 불만으로만 여겨 그때그때 미봉책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갈등을 온전히 해결하려면 IBM 성과급제 개편처럼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문제상황에서 재무팀과 영업팀이 싸우는 것은 각각 ‘영업이익률 향상’과 ‘매출액 상승’이라는 상충할 수밖에 없는 목표 때문이다. 재무팀은 자신의 평가지표, 즉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 핵심성과지표)가 영업이익률이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 이익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에 영업팀은 매출액을 늘리는 것이 KPI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서라도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한다. 따라서 이 때는 문제를 일으킨 원인, 즉 KPI를 조정해 같은 목표를 갖게 해야 한다.

재무팀의 KPI를 영업이익률 30%, 판매이익총액 70%로 한다면 재무팀은 영업이익률만 생각해 무조건 높은 가격을 받자고 주장할 수 없게 된다. 판매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시장에서 팔리기 어려워져서 판매이익총액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팀도 마찬가지로 KPI 중에 매출액 증가는 30%로 하고, 나머지 70%는 판매이익총액으로 한다면 역시 낮은 가격을 무작정 주장할 수 없다. 싸게 많이 팔면 매출액은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판매이익총액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 갈등의 많은 부분은 개개인에게 그 원인이 있다기보다는 시스템이나 제도에 있을 때가 더 많다. 이런 갈등을 직원들끼리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맡긴다면 리더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회사에 혹시 상충하는 시스템이나 제도 때문에 조직 내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지 살펴보는 것이 리더의 책임이다. 제도를 바꾸면 갈등도 자연히 사라진다.

공동기획: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