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인기에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태를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이런 포퓰리즘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자체의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얼마 전 폐막한 인천 아시안게임만 해도 그렇다. 준비기간만 7년, 투입된 혈세가 2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대회 운영은 전국체전보다 못했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인천시가 이번 대회로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렇듯 국제대회가 해당지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사례를 우리는 충분히 봐 왔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해 700억원을 들여 지은 육상진흥센터는 매년 시민들의 혈세를 삼키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전남 영암에서 지난해까지 4년간 열리던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천문학적 적자 누적으로 올해부터 행사가 중단됐다.
최근 한 체육단체는 2010년 이후 최근 5년 사이에 국내에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등 5개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누적적자가 1조원을 돌파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내년부터 하계 유니버시아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문경 세계군인올림픽 등 국제대회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기초단체까지 국제대회 유치에 가세했다. 구미시는 얼마 전 국제자동차부품 박람회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사전 조율 없이 일단 유치부터 해놓고 비용문제 등 후속 논의를 하자는 모양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무분별 국제행사 지원에 메스를 들었다. 앞으로 지자체가 대규모 국제경기나 행사를 유치하려면 지방재정 영향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심지어 내년부터 부실한 지자체의 재정자치권을 빼앗는 긴급재정관리제도도 도입될 전망이다.
단체장 세과시 및 선심성으로 유치한 국제대회의 실패는 결국 시민들이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포퓰리즘으로 치러진 국제대회 후유증이 없도록 무분별한 행사 유치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