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의 지원·육성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국과연)가 출범했다.
국과연은 출연연 기능 조정·정비, 출연연 연구 실적·경영 평가, 출연연 간 융합연구 지원, 출연연과 중소·중견기업 간 협력 지원, 국가 과학기술분야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제언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정부는 1999년 출연연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도모하고자 연구회 체제를 도입하여 기초·산업·공공기술연구회 등 3개의 연구회로 시작한 후 2008년 기초·산업기술연구회의 양대 체제로 재편했으며, 이번에 처음으로 단일화한 것이다.
국과연 산하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25개의 출연연이 있으며, 이들 기관의 연구 직접비 총계는 연간 2조원이 넘는다. 따라서 국가연의 향방이 곧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단일화된 연구회를 통해 25개 출연연을 통일된 방식으로 관장하려고 하는 것이 국과연이 갖는 가장 위험한 유혹일 것이다.
국과연은 각 출연연의 독립성과 출연연간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각 출연연은 설립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출연연이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과연이 전 출연연을 단일체제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큰 마찰음을 낼 것은 명약관화다. 오히려 출연연 간의 서로 다른 제도가 축적된 성과에 기반한 상호 비교를 통해 고도화되도록 하고 더 나은 제도가 다른 출연연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을 택해야 할 것이다.
혹, 출연연의 다양성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는 관측의 대상일 뿐 제어의 대상에서 제외해 출연연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그러나 출연연 간의 횡적 연계를 강조하지 않는다면 국과연으로의 단일화는 의미를 잃게 된다. 횡적 연계란 기본적으로 태스크포스에 의한 추진방식을 가리킨다.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리소스를 여러 출연연으로부터 확보하여 임무를 주고 임무 달성 후 혹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해체하는 방식이다.
이런 태스크포스도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 또한 한 가지를 고집할 필요없이 출연연 상호간의 합의에 따라 가능한 조합을 최대한 허용하는 것이 상책이다.
또 융합연구개발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각 출연연의 핵심사업에 속하는 것은 국과연이 융합을 빌미로 개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두세 개의 출연연이 상호 협력에 의해 추진해야 한다면 그것은 해당 출연연 기관장들의 논의 사항일 뿐이므로 국과연은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보다는 정부에서 적극 장려하고 있으나 현재 출연연에서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중소기업지원을 위해 여러 출연연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융합연구개발사업에 치중하면 어떨까.
뿐만 아니라 국과연의 출범 초기에 이런 사업을 장기 대형 프로젝트로 벌이는 것도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까지 출연연마다 높은 담을 쌓고 이웃 출연연을 방문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며, 대덕연구단지에서 함께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출연연 연구원들과 거의 교류가 없던 연구원들이 갑자기 대규모로 융합연구개발사업을 다년간 공동 추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일까.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단기 사업에 여러 출연연이 협력하면서 상호간의 벽을 낮추고 협력에 따른 문제점들을 극복해 가

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런 사업에 특히 각 출연연의 시니어 멤버들을 내세운다면 출연연 상호간의 간극을 연륜으로 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손쉽게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출연연들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사랑받는 출연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국과연이 산파역을 담당하기를 기대한다.
유장렬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미래전략사업유치기획단장, juliu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