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최경환 부총리 100일…‘초이노믹스’ 향방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최 부총리는 지난 100일 동안 쉴 새 없이 굵직한 정책을 쏟아내며 경제 활성화에 ‘올인’했다. 전문 경제관료 출신이자 3선 의원, 새누리당 원내대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 부총리의 변신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생각만큼 빠른 개선을 보이지 않고 있고, 엔저와 슈퍼달러 등 국제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치며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인 ‘초이노믹스’가 아직 실물경제 회복까지 미치지 못해 수정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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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려야”…일관된 목소리 ‘긍정적’

지난 100일 동안 최 부총리가 내놓은 정책은 경제 활성화에 집중됐다. 7월 15일 취임 후 약 열흘만에 내놓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에서 정부의 경제상황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는 경기순환상 회복국면에 진입해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지만 당초 예상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복 속도가 갈수록 더뎌지고 회복세도 공고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기회복 모멘텀이 미약한 것은 겹겹이 쌓인 구조적 문제가 표출되면서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며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 흑자’의 거시경제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과감한 정책 대응에 나설 것을 발표했다.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은 내수활성화, 민생안정, 경제혁신 등 크게 3개 정책방향으로 나눠졌지만 핵심은 41조원+α 규모 내수활성화 대책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5조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1조원+α 정책패키지 중 연내 집행규모를 종전 26조원에서 31조원으로 확대한 것으로, 경기 회복 모멘텀이 미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지난 8월 발표된 ‘2014 세법개정안’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안이 담겼다. 특히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구체화하며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민생안정과 내수 활성화를 약속했다.

이어 발표한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SW) 등 7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135개 정책과제가 담겼다. 내년 중소기업 제품, 농수산물 전용 공영 홈쇼핑 채널을 신설하고 2017년까지 SW 벤처 1800개를 창업해 2만800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내용 등이 골자다.

보름이 멀다하고 연이어 발표된 경제 정책은 시장의 환영을 받았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후 전반적인 경제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분위기 반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주택시장 등에서는 일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실물경제는 ‘아직’…엔저·슈퍼달러 등 대외여건도 악화

비교적 순탄한 항해를 이어갔던 초이노믹스는 소비심리 회복이라는 성과를 남겼지만 실물경제 문턱은 넘지 못 했다는 평가다. 각종 정책이 심리 개선을 이끌어냈지만 실제 경기지표 회복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2년 3분기(0.4%)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8월 전체 산업생산은 7월보다 0.6% 줄어 3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특히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8%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12월 -10.5%를 기록한 이후 5년 8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물가는 23개월째 1% 이하를 맴돌고 있다. 7월까지 국세청 세수 진도율은 58.2%에 그쳤고, 8조5000억원의 세수가 덜 걷혔던 지난해보다 올해 세수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금리 인하와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서 향후 전망도 어두워진 상태다. 21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액은 392조318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1134조1848억원)의 34.57%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3월 25일(34.43%) 이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강달러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유로·엔 등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0일 86포인트를 넘어서며 4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른바 ‘슈퍼달러’로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같은 추세는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엔저까지 겹치며 국내 주력 업종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공은 경제팀으로…‘초이노믹스’ 그대로 가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0%로 인하했다. 기준금리 2.0%는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2월부터 17개월 동안 유지한 수준으로 사상 최저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경제 활성화의 공은 온전히 경제팀에 넘어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초이노믹스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의원 공세에도 최 부총리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부총리는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지만 3분기 성장률은 1분기 수준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초이노믹스 100일, 한국경제는 거의 재앙적 수준”이라며 “최 부총리가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며 경기 부양에 올인하더니 진짜 길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과 중산층이 떠안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렇게 큰소리치던 최 부총리도 스스로 성장률 초과하락 가능성을 시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100일 만에 한계를 드러낸 초이노믹스를 더 늦기 전에 바꿔야 한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소득을 늘리는 가계소득중심의 경제정책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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