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너지 대박은 목욕물 재활용?

최근 국제 신재생에너지회의에 참석한 적 있다.

수많은 중국기업이 태양광 패널 단품의 세일을 외치며 전시장 가장자리를 가득 메운 반면에 일본과 유럽계 기업의 기술 통합적 솔루션 제품들이 전시장 중심에서 집중조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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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태양광산업은 힘든 구조조정의 시기를 겪고 있으나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솔루션 서비스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신재생산업의 발전 단계에서 아이템을 잘 찾은 ‘대박’과 잘 못 찾은 ‘쪽박’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온배수 활용은 단품이 아닌 솔루션 산업이다. 온배수 수집·공급과 공급에 필요한 배관 건설, 히트펌프 설치, 수요자 요구에 최적화된 운영 및 관리 시스템 개발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특히 히트펌프 개발 보급은 일본이 1970년 석유위기 이후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이었을 만큼 중요하고 세계 에너지 효율 향상의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온배수 활용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시스템개발 및 보급은 ICT 강국인 우리나라로선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온배수 활용을 수출 산업화한다면 창조경제 구현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정착하기 위해선 수요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시장을 통해 거래되지 않는다면 법·제도적, 경제적, 기술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상업성이 떨어지는 신산업은 균형 잡힌 정책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물론 경제적·기술적 지원도 따라야 하지만 법·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장기적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이 투자자 위험을 줄여,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온배수를 들여다보자.

온배수 활용이 법·제도적 지원을 받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신재생에너지 범주에는 풍력, 태양광, 지열 등 만국 에너지원이 포함될 뿐 아니라 각국의 특수 상황을 고려한 국가 고유의 에너지원도 포함된다.

우리와 유사한 신재생에너지 분류 기준을 가진 일본은 우리가 놓친 온도차열, 설빙열 등 미이용에너지까지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켜 놓았다. 유럽 국가는 유럽 환경을 고려한 공기열과 수열을 신재생에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의 신재생에너지 분류 기준은 보편적 국제 기준과 우리 상황을 고려해 우리 스스로 정하는 것이며, 국제 규범으로 확정된 기준은 없다. 따라서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것에 대한 국제법적 문제는 전혀 없다. 오히려 발전소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켜 에너지 공급원으로 정착시킨다면 오히려 국제적 재생에너지 성공 사례로서 새 재생에너지의 외연확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일반 가정에서는 가족 중 한 사람이 욕탕에서 사용한 물을 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이 데워서 다시 사용한다.

목욕물의 재사용을 위해 일본 가정의 욕조에는 가열기가 부착돼 있으며, 최근 이러한 가열기가 가정 에너지관리 시스템(Home Energy Management System)에 통합돼 사용되고 있다.

비록 목욕물 재사용으로 절약되는 에너지의 양은 미미할 수도 있으나, 목욕물 재사용은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일본에서 고에너지 가격시대에도 에너지 절약의 최강국으로 경제발전을 일궈낸 일본의 에너지 절약 정신을 상징한다.

발전소의 온배수 활용은 일본 가정의 목욕물 재사용과는 규모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가용 가능한 모든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에너지 자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어느 하나의 에너지원도 버릴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특정 에너지원에 대해 불분명한 이유로 반대하는 일이 많다.

제대로 찾은 새로운 에너지원인 발전소 온배수 활용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고, 제도적 지원이 뒤따른다면 낭비되고 버려지는 에너지 자원의 좋은 활용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정용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yonghun.j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