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죽는다`...글로벌 IT기업 분사 줄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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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리티와 스토리지에서 모두 성공하려면, 각자 다른 투자 전략과 혁신안이 필요하다.”(시만텍 CEO)

“민첩해야 살아남는다. 슬림해야 민첩할 수 있다.”(HP CEO)

지난 한주에만 HP와 시만텍이 ‘기업 분할’을 공식 발표했다. 그 전 주에는 이베이가 전자결제 자회사인 페이팔을 떼낸다고 밝혔다. 올 가을, 글로벌 IT업계는 ‘분사 풍년’이다.

◇시만텍 “흩어져야 산다”

지난 9일(현지시각) 시만텍은 현재의 회사를 ‘사이버 보안’과 ‘데이터 스토리지’ 부문으로 나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시만텍이 내놓은 성명에 나온 분사 이유는 ‘전략·투자·혁신’ 때문이다. 각기 다른 접근을 통해 이들 세마리 토끼를 가장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분사란 얘기다.

시가총액만 162억달러에 달하는 시만텍의 공중분해는 사실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시만텍의 효자 캐시카우인 보안 부문과 달리, 갈수록 수익율이 떨어지는 스토리지 사업부는 미운오리 새끼다. 이들의 동거가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었다.

시만텍의 분사 작업은 내년 말 완료된다. 마이클 브라운 현 CEO가 보안부문 대표를 맡는다. 스토리지 쪽은 존 개넌 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대표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왜 분사인가

블룸버그는 글로벌 IT업계에 ‘분사’(spin-off)가 일종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올해 공식 발표된 주요 분사 사례는 6건에 달한다. 여기에 GE도 캐피탈 부분의 분사를 조만간 단행할 계획이어서 IT업계의 스핀 오프 바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익성 낮은 사업 부문의 정리를 위한 고도의 경영 수법이 숨어 있다. HP의 이번 분사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PC·프린터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BM이 PC사업을 떼어낸 뒤 곧바로 레노버에 팔았던 방식을, HP도 따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임시’ 꼬리표를 떼고, 분사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시만텍의 정식 수장 자리를 꿰찬 마이클 브라운 CEO는 “(분사는)각 부문에 보다 유연한 전략 구상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분사 후 있을 격랑을 암시했다.

◇보이지 않는 손, ‘금융 세력’

시만텍의 이번 분사 징후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가 아닌, 정반대편 뉴욕 월가에서 먼저 포착됐다. 큰 손들은 먼저 알고 움직였다는 얘기다.

분사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를 떼낸 뒤, 주식을 분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적잖은 수익을 챙긴다.

이베이 이사회를 강하게 압박, 분사 결정을 이끌어낸 장본인은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었다. 페이팔 분사 소식에 당시 이베이주가는 7.5%나 뛰었다.

헤지펀드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진 것도 기업들의 스핀오프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의 분석이다. 헤지펀드는 기업들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며 최고경영자(CEO)의 거취 등 기업 경영에도 적극 관여한다.

분사 열풍에 뉴욕 월가 투자은행들 역시 때아닌 특수를 누린다. 이들 은행이 스핀오프 수수료로 챙긴 수익은 올해만 94억달러에 달한다고 WSJ은 전했다.

<올해 주요 글로벌 IT업계 분사 현황>

올해 주요 글로벌 IT업계 분사 현황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