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폴크스바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골프 G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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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골프 GTE

지난달 스위스 취리히에서 폴크스바겐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 ‘골프 GTE’를 시승했다. GTE는 GTI와 GTD에 이어 ‘일상의 스포츠카’를 표방하는 ‘그란투리스모(GT·Gran Turismo)’ 시리즈의 세 번째 모델이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이(e) 모빌리티’ 차량으로는 네 번째다. 이로써 폴크스바겐은 투아렉 하이브리드와 제타 하이브리드에 이어 세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하게 됐다. 본사인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이 차 생산을 시작했다. 9월 초부터 사전계약에 들어갔고 연말 고객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가격은 독일 기준 3만6900유로(약 5000만원)다. 국내에는 내년께 들어온다.

골프 GTE의 개발 방향은 ‘GTI 느낌의 주행성능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만족시키자는 것이다. 스포츠카처럼 민첩하고 뛰어난 가속능력을 보유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의미다.

벤트 베이어 폴크스바겐 골프 제품생산 총괄은 “하이브리드카도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차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전기차도 두 종(e-골프, e-업)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라는, 성격이 다른 두 가지 친환경차를 가진 것이다. 국가별 인프라 및 고객 성향 등에 따라 주력 친환경차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어 총괄은 “하이브리드카는 매일 타는 메인카이고 전기차는 도심형 세컨드카 성향이 강하다”며 “두 차 고객은 겹치지 않기 때문에 두 차종을 동시에 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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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골프 GTE

이달 초 열린 파리모터쇼에서 보듯 PHEV가 친환경차 대표주자로 급부상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전기차나 일반 하이브리드카가 주행 거리나 주행 성능에서 가진 약점을 PHEV가 기술적으로 극복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다. 골프 GTE를 살펴보면 이 같은 인식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골프 GTE에는 기본적으로 150마력의 최대출력을 내는 1.4리터짜리 TSI 엔진이 장착됐다. 여기에 102마력을 내는 75㎾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둘을 합하면 204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낸다.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100% 전기모드로만 50㎞를 달릴 수 있다. 이 차가 40리터짜리 연료통을 달고 있으니 TSI 엔진 연비(15㎞/ℓ)를 대입하면 엔진만으로 600㎞를 달릴 수 있다. 둘을 더하면 총 주행가능 거리는 650㎞가 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주행가능 거리는 940㎞다. 290㎞는 어찌된 셈일까. 주행 중 배터리를 충전하고, 주행 상황에 맞게 모터와 엔진을 적절히 가동하는 효율적 운용 덕분에 290㎞를 메울 수 있다는 게 폴크스바겐 측 설명이다. 일반 가정에서 3시간 45분, 전용 충전기에서 2시간 15분이 걸리는 배터리 충전을 제쳐놓고 본다면, 40리터 연료로 940㎞를 달릴 수 있으니 연비가 23.5㎞/ℓ가 되는 셈이다.(그러나 아직 PHEV 연비 계산법이 확정되지 않아 공식 연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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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에서 처음 만난 골프 GTE의 첫인상은 일반 7세대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폴크스바겐 e-골프에 적용했던 알파벳 C자 모양의 주간 주행등이 GTE에도 달렸다. 전조등을 잇는 라디에이터 크로스바에 친환경차를 의미하는 파란색 띠를 둘렀다. 나머지는 GTI 디자인을 따랐다. 실내에서도 시트 등에 파란 색을 두루 적용해 통일성을 줬다. 겨울에는 좀 추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기판이 있는 클러스터의 다기능 디스플레이에서는 현재 활성화돼있는 골프 GTE의 다섯 가지 주행 모드를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시동을 걸면 100% 배터리만 사용하는 ‘E-모드’로 출발하며, 배터리가 비었거나 높은 출력이 요구되면 자동으로 엔진만 사용하는 ‘배터리 정지 모드’로 전환된다. 주행 중 상황에 따라 두 모드 사이를 오가며 엔진과 배터리 사용 정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또 기어 변속기를 D에서 B로 전환하면 배터리 재생 강도가 세진다. 즉, 경사로를 내려갈 때 브레이크를 잡지 않아도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기만 하면 속도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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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성능은 ‘GTI의 주행 본능을 물려받았다’는 폴크스바겐의 호언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줬다. 초반 가속력이 뛰어났고 시속 150㎞를 넘어서도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 엔진과 배터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GTE 모드’에서 이 차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7.6초로 GTD(7.5초)와 맞먹는다. 최고속도는 시속 222㎞에 달한다. 100% 전기차 모드로는 최고 시속 130㎞로 달릴 수 있는데, 성인 5명이 타고도 취리히의 언덕을 오르내리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힘이 있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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