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전자기파(EMP) 폭탄의 피해와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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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核) 타격으로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아직 세상이 알지 못하는 우리식의 정밀 핵 타격 수단으로 맞설 것이다”라는 작년 북한 노동신문의 보도 내용에 대해, 전 CIA국장 제임스 울시와 EMP전문가 피터 프라이 박사는 작년 5월22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오피니언에 낸 공동 기고문에서 “북한이 핵폭탄을 탑재한 ICBM 한 개만 쏴도 美 본토에 전자기파(EMP)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이에 대한 방호대책 강화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25년 미국의 물리학자 아서 H 콤프턴이 발견한 것으로, 고에너지의 빛을 원자번호가 낮은 원자에 쏘면 강력한 전자기파가 방출함을 알았다. 이렇게 생긴 EMP는 마치 파도처럼 대기 중에 퍼지며 주변의 전자기기 회로에 과부하 전류를 흘려 장비를 파괴시킨다. 깊은 지하벙커 속이라도 E밤(Bomb)이 내뿜는 강력한 에너지가 환기구나 안테나를 통해 컴퓨터와 통신장비의 전자회로를 모두 녹여버릴 수 있다. 폭발이 일어난 15분 뒤에도 전력선이나 통신망을 따라서 전기 충격이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 결과도 있다.

EMP 폭탄이 지상에서 터질 경우에는 건물, 각종 금속선 등에 전자기파가 가로 막혀 부분적인 효과밖에 못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만, 높은 곳에서 터뜨릴 경우에는 폭발 고도에 따라 실생활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대기권 밖에서 EMP 폭탄을 터뜨리면, 지상에는 핵폭발이나 방사능 피해가 거의 없지만 그 고도에서 보이는 시야 속의 전자장비에 대한 피해는 막대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영역은 고도 60~90㎞ 정도에서만 터져도 대부분의 전자장비를 마비시킬 수 있다.

선진국에서 EMP방호에 대한 큰 관심을 갖고 대책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도 최근 EMP 공격 및 침해에 대비해 군 및 공공분야에서 EMP 방호시설을 구축 중이거나 이미 완료한 사례가 다수 있다. 그에 비해 민간분야의 EMP에 대한 관심도는 낮은 편이어서, EMP 침해에 대한 대책이 극히 미흡하다. 만일 EMP 공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국가적 재난·재해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우선순위를 낮추다가 실제상황 발생 시의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지난 여러 재난·재해 사고에서 봤듯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격이 되풀이돼선 안 될 것이다.

이러한 EMP 침해를 원천적으로 막기란 매우 어렵다. 발생 시점이 너무 다양하고 다초점성 공격이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워 아직은 원천봉쇄적 방어보다는 방호대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전파의 전자기적 특성 등을 이용한 공격이라는 점에서 정보통신·방송분야 정책을 담당하는 미래부와 국립전파연구원이 EMP 공격에 대비한 방호시설 구축 및 적용시 필요한 표준 및 가이드라인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이제 EMP에 대한 인식이 민간에도 확산돼 실생활에 영향력이 큰 전력, 통신, 에너지, 금융, 의료 등 여러 분야의 시설들을 방호할 우선순위를 정하고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호대책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또 대학·연구기관 등에서 EMP 발생원리와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전폭적인 지원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하여 전자파 차폐 룸을 설치해 대응하는 기존 방법에서 전자기파적 특성을 이용해 전파환경 자체를 방어적 특성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 보다 원천적 봉쇄 수단에 대한 연구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철희 한국전파진흥협회 상근부회장(고려대 명예교수) chkang@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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