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누구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지난 추석에 직장인들의 관심은 ‘휴식권’이었다. 올해 추석연휴부터 대체휴일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대체휴일제는 공휴일과 휴일이 겹치면 평일에 쉴 수 있도록 해 공휴일이 줄어들지 않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하지만 모든 공휴일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명절·어린이날에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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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갑 올림푸스 인재전략실장 이사

대체휴일제 논란이 많았지만 직장인의 휴식권과 더불어 근무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인은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국민’(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 결과 34개국 중 1위)이자, ‘유급 휴가 일수가 가장 적은 국민’(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 조사 결과 24개국 중 1위)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낮다. OECD가 발표한 ‘2014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한국인은 ‘일과 생활의 균형’ 부문에서 4.2점으로 조사대상 36개국 중 34위를 차지했고, ‘삶의 만족도’ 랭킹 순위에서도 4.2점으로 25위를 차지했다.

한국인이 이렇게 쉬지 않고 오래 일한 만큼 성과가 컸을까. 아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전체 평균의 66%에 머물러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업무 효율이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조사결과 때문일까.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 사이에서 임직원들에게 재충전과 자기 계발을 장려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인사관리 측면에서 볼 때 인재를 모으는 환경을 만들고, 임직원들에게 ‘일하고 싶은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유인환경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기업은 구글코리아다. 자유로운 근무시간과 수평적인 관계, 자발적인 업무 환경으로 입사하고 싶은 외국기업으로 손꼽힌다. 특히 근무시간의 20%가량을 회사 업무가 아닌 직원이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해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을 한국 기업들이 벤치마킹해 지난해 포스코그룹 계열 사장단이 구글코리아를 방문해 구글 문화를 배워가기도 했다.

창의성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의 심리 고민을 해결해주는 ‘행복 찾기 무료 카운슬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부부문제, 양육, 재테크, 대인관계 등 사원들의 다양한 심리적 고민을 풀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다. 회사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심리적 안정은 곧 업무 효율로 연결된다.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과 자기계발을 장려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도록 돕는 것 또한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준다. 올림푸스한국은 업무시간과 개인시간, 온·오프(on·off)의 구분이 확실한 사내 문화를 조성해 충분한 휴식을 통한 재충전과 자기계발을 장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야근을 금지하고 개인 연차를 100% 사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고, 실제 매년 97% 이상 사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임직원들이 한 해 동안 업무와 휴식 기간을 미리 균형 있게 계획할 수 있도록 연초마다 그 해의 근무 달력을 발표하는데, 창립기념일 주 전체를 전사 휴무 기간으로 정하는 파격적인 휴가 정책으로 임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회사의 이 같은 노력이 직원들의 애사심을 끌어올려 2009년 25%에 달하던 퇴직률이 지난해 8.7%로 급감했다.

‘휴식은 게으름도, 멈춤도 아니다. 일만 알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 20세기 초반, 길게는 하루 12시간을 쉬지 않고 일했던 당시 노동 환경을 혁신적으로 바꾼 포드자동차의 설립자 헨리 포드가 남긴 명언이다. 누구에게나 멈추고 쉴 수 있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앞으로 기업의 휴식을 위한 노력들이 한국 직장인들의 삶의 질과 노동생산성을 함께 높여 줄 수 있을 것이다.

홍승갑 올림푸스한국 인재전략실장 이사 seungkap.hong@olympus.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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