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한국 자본주의

‘한국 자본주의는 선진국과 다르다.’ 저자 장하성 교수는 한국 자본주의 문제는 선진국과 다르다고 말한다. 선진국이 겪고 있는 핵심 문제인 소득 불평등, 양극화 심화, 고용 없는 성장과 동시에 극도로 불공정한 시장에서 나타나는 경쟁구조,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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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5대 기업개혁가’에 뽑힌 바 있다. 김대중 15대 대통령 당선자의 ‘국민의 정부 경제개혁정책’ 총괄책임자, 안철수 18대 대통령 예비후보의 ‘진심캠프 국민정책’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국가 경제정책을 설계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가 3년여의 집필기간을 거치며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조차도 오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주제들을 기존 주류 경제학 이론이나 미국과 유럽의 관점을 벗어나서 한국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를 보이는 한국 경제의 위기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실패가 아닌 기형적인 경제체제로 인해 곪은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는 한국 경제의 세 가지 핵심 문제를 꼬집는다. ‘시장의 규칙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천민자본주의’ 문제, ‘신자유주의 과잉 및 구자유주의의 결핍’, 권력이 재벌에게 넘어갔음에도 규제나 제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문제라고 말한다. 한국 경제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제대로 실천해보지도 못한 한국의 경제 성장 과정을 이해해야만 답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와 복지 정책의 실패로 위기를 초래한 선진국과는 다르다는 해석이다.

이 책은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 시대로 가는 길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과 정의로운 소유와 분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고쳐 쓰기’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불평등 자본주의가 정의로워질 수 있도록 평등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 3부 8장으로 구성된 책의 1부에서는 한국 자본주의 현실을 진단하고 발전 과정을 돌아본다. 북한보다 늦게 시작한 계획경제체제로 산업을 육성했고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지는 채 20여년밖에 안 돼 기형적인 모습을 한 경제체제 속에서 한국은 아직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들을 제대로 실천해본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2부에서는 ‘주주 자본은 자본주의 모순의 근원인가, 한국 경제는 정말 먹튀에 휘둘렸나, 삼성은 왜 스스로 M&A 논쟁을 일으켰나’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한국 자본주의의 현실적인 논쟁들을 비판하고 재구성한다. 3부에서는 한국 자본주의 대안을 논의한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공생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공정과 정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책은 한국 자본주의의 현실적인 이슈를 재구성하며 한국 자본주의 대안을 논의한다. 저자는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가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에 달려 있으며 정의롭고 공정한 소유, 경쟁, 분배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펴냄. 2만8000원.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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