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카셰어링, 차 이용 문화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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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한 잔을 위해 소를 사시겠습니까?(Would you buy a cow for a glass of milk?)’

독일 브레멘 시의 카셰어링 캠페인 문구로 알려진 이 문장만큼 압축적으로 카셰어링의 핵심을 전달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현재의 소유 중심 자동차 문화는 우유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소를 사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은근한 비판이다. 2011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카셰어링은 올해 들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자동차 이용 문화를 바꾸고 있다.

카셰어링(Car Sharing)이란 대체로 하루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차를 빌려 타는 초단기 렌트카를 말한다. 일 단위인 일반 렌트카와 달리 30분 단위 이용이 가능하다. 최소 30분 이후 10분 단위로 차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번 회원 등록하면 차를 빌릴 때마다 계약서를 쓸 필요가 없다. 그만큼 빠르고 편리하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은 역사가 짧고 규모도 작다. 태동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린카와 쏘카, 씨티카, 유카, 행복카 등 5개 내외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린카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카셰어링 업체로, 2011년 10월 차량 30대로 처음 카셰어링을 상용화했다. 지난해 10월 kt금호렌터카를 운영하는 kt렌탈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빠르게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2012년 3월 제주도에서 사업을 시작한 쏘카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시 나눔카 사업을 시작하면서 전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올해 들어 몸집 불리기에 나서 그린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씨티카는 LG CNS 자회사인 에버온이 운영하는 전기차 전문 카셰어링 브랜드다. 이 밖에 LH 공사가 임대아파트 내에 운영하는 행복카, 코레일 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철도역 중심의 유카 등이 있다.

카셰어링 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생소한 개념 탓에 이용자가 적었다. 택시와 렌트카가 주류인 상황에서 시간 단위로 차를 빌려 탄다는 개념은 낯설었다. 이용할 수 있는 차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우선 인프라가 확보됐다. 그린카의 운영 차량과 차고지 수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498대, 338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전국 1300대, 800곳으로 늘었다. 쏘카 역시 비슷한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다. ‘싸고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용자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그린카의 실회원수는 지난해 12월 12만명 수준에서 9월 현재 26만명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쏘카 역시 올 상반기에만 회원수가 10만명 늘었다. 편도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카셰어링의 불편을 없애려는 노력이 주효했다. 그린카는 인천과 수원, 제주에서, 쏘카는 서울에서 편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카셰어링을 도입하고 있는 점도 시장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밌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용요금이 비싼 수입차를 찾는 이용자가 늘어난 것이다. 저렴한 요금이 장점인 카셰어링 특징과는 다소 상반된 현상이다. 수입차는 국산차와 비교해 배 이상 비싸다. 그만큼 카셰어링 이용층이 다양해진 것이다. 그린카는 60여대의 수입차를 투입했으며 쏘카도 이달 들어 BMW 뉴 미니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25대의 수입차를 확보했다. 카셰어링 이용은 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업무용 차량을 구매하거나 장기 렌트카를 이용할 경제적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의 이용이 많다. 그린카는 최근 구로디지털단지와 성남산업단지에 차고지를 개설하고 향후 전국 산업단지로 진출할 계획이다.

쏘카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수입차를 도입해 달라는 댓글이 많아 고객 투표를 통해 BMW 뉴 미니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향후 수입차 도입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중요한 이유는 ‘편리성’과 ‘경제성’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차량을 빌리고 반납하는 과정이 렌터카에 비해 빠르고 편리하다. 차고지가 가까이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린카와 쏘카의 차고지를 합치면 전국에 1600곳에 달한다. 서울을 예로 들면 한 회사당 평균 500미터 간격으로 차고지가 있다고 한다. 두 회사를 단순 합산하면 250미터꼴로 차고지가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쉽게 카셰어링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나 지하철역, 주거지역, 관공서 주변이라면 더욱 쉽게 차고지를 발견할 수 있다. 생각보다 차고지가 가까이 있다는 점에 놀랄 정도다.

무엇보다 차량 이용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점이 카셰어링족을 유혹하고 있다. 엘리어트 마틴의 2010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카셰어링 1대가 승용차 13대를 대체할 수 있다. 차를 사고도 주차장에 두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연구결과다. 카셰어링 이용자의 20%가 자동차 구매의사를 철회한다는 분석도 있다. 차 이용문화가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도 뛰어나다. 업체별·상황별로 요금이 일괄적이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대체로 차 이용 시간이 30분 이상 하루 이내면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효율적이라고 본다. 30분 이내면 택시를 타는 것이 유리하고, 이틀 이상 장기 이용 시에는 렌트카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평일 낮 시간 경차 기준 3시간가량을 운행하면 1만6000원 정도의 요금이 나온다. 이 시간 동안 택시를 이용한다고 생각해보면 카셰어링의 경제성이 금세 계산된다. 이용요금은 대여료와 유류비를 합산해 계산한다. 경차 모닝 기준 시간 당 대여료는 6300원, 유류비는 ㎞당 170원 수준(그린카 사례)이다. 그러나 주중이나 비수기, 야간 할인이 있어 실제 요금은 이보다 저렴하다. 이용요금에는 보험료도 포함돼 있다.

카셰어링의 주고객은 20~30대 젊은 층이다. 그린카 회원 연령비율을 보면 45%가 20대, 34%가 30대다. 20~30대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50~60대 이상은 6%에 그친다. 그만큼 카셰어링이 아직은 젊은 층 위주로 소비되고 있다. 그 이유는 카셰어링 이용 방법에서 찾을 수 있다. 카셰어링은 처음 회원가입할 때 운전면허정보, 결제수단을 등록하고 나면 차량 예약에서 위치 확인, 반납에 이르는 대부분의 과정이 스마트폰으로 이뤄진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가 카셰어링을 이용할 확률이 높다. 그린카의 페이스북 회원 수는 올 초 3000여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7만명을 넘어섰다. 블로그 1일 방문자 수도 주말 2만명을 넘는다. SNS와 블로그가 입소문의 근원지인 셈이다.

김상철 그린카 이사는 “스마트폰과 온라인 기반 서비스라 아무래도 젊은 층이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도 젊은 층이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표]주요 카셰어링 업체 회원수 성장 추이(단위 명, 실회원수 기준)

자료:각 사

[표]카셰어링이 렌터카와 택시에 비해 비교 우위인 상황

자료:한국교통연구원(2012), 카셰어링 수요분석 및 지역별 사업타당성 분석방법 연구

[표]차종별 카셰어링 이용요금

자료:그린카, 이용요금 계산은 대여요금+유류비 합산. 모닝을 1시간 동안 10㎞ 주행했다고 가정하면 대여요금은 3150원×2=6300원. 유류비는 170원×10=1700원. 총 이용요금은 6300원+1700원=8000원. 각종 할인혜택을 받으면 실제 이용요금은 이보다 저렴할 때가 많다.

[표]국내 주요 카셰어링 업체 현황

[이슈분석]카셰어링, 차 이용 문화 바꾼다
[이슈분석]카셰어링, 차 이용 문화 바꾼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