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현장을 그냥 들여다봐서는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벤처기업처럼 보였다. 다른 ICT 기업처럼 칩제조 장비와 보드 몇 개가 흩어져 있을 뿐이다. 인력도 드문드문 보였다.
KAIST ICC캠퍼스 본관 4층에 자리 잡은 뉴라텍 얘기다.
뉴라텍(대표 이석규)은 오는 2017년께 세계 와이파이칩 시장 5위를 꿈꾸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다니던 석·박사 중심의 연구원 28명이 무더기로 나와 지난 2월 창업했다. 94%가 석·박사 학위자다. 2개 팀 31명 가운데 개인사정이 있는 3명을 제외하고 모두 나왔다. 출연연 사상 유례가 없다.
창업을 주도한 이 대표는 지난 2007년 3.6Gbps 4세대 무선전송시스템(NoLA)을 세계 처음 개발한 연구주역이다.
뉴라텍은 창업 2개월 만에 밸류인베스트코리아(대표 이철)로부터 150억원의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현재 인력은 56명이다. 올해 말까지 10명 더 충원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글로벌 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어바인(Irvine)에 ‘뉴라콤’으로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소도 냈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추격 중인 국내 대기업 로고가 찍힌 40나노 공정 칩을 1차로 만들어 무결점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미 이 대기업과는 칩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과 함께 기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규 대표는 “내년 말까지 ‘IEEE 802.11ac’ 기반의 모바일용 와이파이 칩세트를 개발 완료할 계획으로 버그잡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와이파이칩이 탑재되는 스마트폰과 정보가전, 사물인터넷(IoT)·사물지능통신(M2M) 시장이 주요 목표“라고 말했다.
뉴라텍은 모바일용 와이파이 칩세트 외에도 급속 성장 중인 IoT·M2M 시장을 겨냥한 IEEE 802.11ah 기반의 센서 칩세트를 개발 중이다.
사업모델도 차별화했다. 무선랜 칩 설계 전문회사이지만 칩을 양산·판매하기 보다는 고객 맞춤형 칩 설계기술을 팹리스 반도체업체, 모바일기기 제조업체 등에 판매하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김길원 뉴라텍 부사장은 “미래창조과학부와 ETRI의 긴밀한 지원이 1인 또는 소수 공동이 아닌 팀 전체 창업의 결정적인 동인이 됐다”며 “사업초기 겪기 쉬운 연구역량 부족이나 인력 조달의 문제점을 일거해 해소해 사업 성공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사업계획을 듣자마자 그 자리서 투자를 결정했다는 이철 VIK 대표는 “뉴라텍이 보유한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 창업자의 확고한 사업의지, 견고한 사업모델, 정부와 ETRI의 강력한 지원이 의사결정의 핵심요소였다”며 성공 가능성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김흥남 ETRI 원장은 “연구원 팀창업은 각각의 연구원들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과 지식을 상호보완, 단기간 내 산업 현장에서 우수한 제품으로 꽃피우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뉴라텍의 팀창업이 창조경제 실현의 대표적 성공모델로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