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정보전략계획(ISP) 사업에 참여하는 통신사와 IT서비스 업체가 각자도생에 나서게 됐다.
매출 8000억원 이상 기업끼리 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다는 정부 방침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대기업 계열사 간 합종연횡이 원천 금지됐다. LG, SK 등 주요 그룹 내 통신과 IT서비스 계열사가 각각 따로 제안에 나설지 주목됐다.
16일 안전행정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전자정부지원사업 홈페이지에 매출 8000억원 이상 대기업 즉, IT서비스 업체와 이동통신사 간 공동수급(컨소시엄) 구성이 불가능하다는 조달청의 답변을 공지했다.
하루 전 열린 제안요청설명회에서 참석 업체 관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던 사항이 바로 대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 가능 여부였다.
공지문에는 ‘이번 사업 입찰 참가자격은 컨소시엄 구성원 모두가 소프트웨어사업자와 엔지니어링 사업 또는 기술사사무소 두 가지 유형을 모두 보유한 업체여야 하므로 이종업체 대기업이라도 공동수급을 불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즉 참여 업체 모두 소프트웨어사업자 자격을 갖춰 제안해야 하기 때문에 IT서비스와 이통사 간 컨소시엄 구성이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는 과거 정부통합전산센터 사업 이후 대형 IT서비스 업체 간 암묵적인 단합을 근절하고자 매출액 8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컨소시엄 구성을 제한해왔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으로 대형 공공사업의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한동안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재난망 사업에는 대기업 참여가 허용되면서 업계 문의가 많았다.
특히 IT서비스 업체와 이통사는 이종 업체기 때문에 SK C&C와 SK텔레콤, LG CNS와 LG유플러스, 삼성SDS와 삼성전자 등의 컨소시엄이 가능한지가 업계 관심사였다. 재난망 사업에는 통신과 시스템통합(SI) 역량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원칙을 고수하면서 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대기업 간 협력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우리뿐만 아니라 경쟁사들도 머릿속이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 내 대기업 간 하도급을 주는 것도 제한돼야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따라서 IT서비스 업체나 통신사가 메인 업체로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체와 손을 잡는 방식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한 그룹사 계열 IT서비스, 이통사가 각각 제안을 할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ISP 수행사는 본사업 시 감점이 있기 때문에 본사업을 노리는 이통사보다는 IT서비스 업체가 ISP를 수행하고 이통사는 본사업에 주력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이통사는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전사적으로 재난망 사업에 참여하되 이번 ISP에는 빠지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NIA 관계자는 “ISP를 SI 중심으로 할지, 통신망에 무게를 둘지에 따라 업계 전략이 달라질 것”이라며 “누가 되더라도 여러 업체가 참여하는 산업계 협의체가 구성돼 운영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