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3-새로운 도전, 변화] 3D프린터-정책

3차원(3D) 프린팅 산업이 21세기 ‘도깨비 방망이’로 각광받고 있다.

아직 거품 논란 등 3D 프린팅 산업의 개화 시기에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3D 프린팅이 산업 지도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 자체로는 물론이고 유관 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의 전망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3D 프린터가 주류 산업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5년, 비즈니스와 의료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2~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에서도 3D 프린팅 산업 육성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 정부는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해 제5차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 상정해 확정했다. 3D프린팅 산업이 제조업을 혁신해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으로 꼽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3D 프린팅이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제조공정 고도화 등 제조업 혁신을 유도하고, 창조경제 신 시장 및 일자리를 창출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주목했다.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창조경제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적극 협업해 수립한 범부처 합동 발전전략이다. 2개 부처뿐 아니라 교육부, 문체부, 환경부, 고용부, 방사청, 중기청, 특허청 등 주요 정부부처가 이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3D 프린팅이 차세대 유망 핵심기술로 집중 조명되며 세계 시장 규모가 2012년 22억달러에서 2021년에는 108억달러로 고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다보스포럼에서도 2013년 세계 10대 유망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고, 세계미래학회도 2025년 실현될 20대 미래 예측 중 하나로 3D프린터의 생산혁명으로 선정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발전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기술과 3D프린팅이 활용될 수 있는 전자, 자동차, 의료 등 훌륭한 산업 기반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고가 산업용 장비 침 소재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등 아직 시장 규모가 미미한 초기 형성단계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도 △열악한 장비 인프라 활용 여건 △초기시장 및 관련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지원체계 부족 △선도국 대비 취약한 기술 역량 △관련 제도 미비 등을 3D프린팅 산업 발전의 핵심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은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극복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다.

정부는 이 전략에서 2020년 3D프린팅 국제적 선도 국가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세계적 선도 기업 5개, 독자 기술력 확보를 통한 세계시장 점유율 15%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수요 연계형 성장기반 조성, 비즈니스 활성화 지원, 기술 경쟁력 확보, 법제도 개선 등 4대 전략과 11대 추진과제를 설정했다.

먼저 수요 연계형 성장기반 조성을 위해 기존 산업현장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제조공정을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기반을 구축하고, 영세·중소기업 대상으로 찾아가는 시제품 제작서비스를 운영해 종합적 지원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또 일반 국민도 3D프린팅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무한상상실 및 셀프제작소 등 참여 환경을 조성키로 했다. 이어 기초·전문 인력양성과 함께 초중고교 및 대학 내 실험용 국산장비를 보급함으로써 초기 장비시장 창출도 이끌어갈 방침이다.

이어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소규모·맞춤형 생산, 아이디어 기반 창업에 적합한 장점을 활용해 응용산업별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발굴하고, 기획·사업화·마케팅 등 창업 전 주기 지원으로 소자본 창업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 스마트폰 앱스토어처럼 ‘3D프린팅 디자인스토어’를 구축하고 타 시스템과 연계 지원 등을 위한 ‘3D프린팅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운영할 방침이다.

기술경쟁력 확보 방안도 추진한다. 2020년까지 2012년 최선도국 대비 6.3%에 불과한 특허출원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10월까지 주요 분야별 전략기술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각 분야별 3D프린팅 기술트리는 완성한 상태다. 10월 초 로드맵도 완성, 10월 말께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3D프린팅 핵심 경쟁력이 소재분야에 있다고 판단, 미래 고부가가치 소재를 발굴하고 개발된 소재가 바로 장비에 연계될 수 있는 소재·장비 연계 형태 기술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이미 자동차, 전자부품, 국방 등 주요 분야 목표 설정까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와 함께 업계나 일반 사용자가 쉽게 3D프린팅을 활용할 수 있는 국산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보급에도 나선다.

이를 위한 법·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장비와 소재 성능과 안전성 평가 및 인증체계를 마련해 국산 제품을 공신력을 강화하는 한편 산업 진흥 역기능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정부는 이 같은 발전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지난 6월 ‘범부처 3D프린팅산업 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에서 전략 이행을 관리하는 한편 새로운 정책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다.


3D 주요정책…1000만 3D 창의 마스터 교육

정부 3D프린팅 산업육성의 주요 목표가 3D프린터를 세계에서 가장 잘 쓰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3D프린팅 창의 마스터 1000만 교육계획’과 ‘3D프린팅 제조혁신지원센터’ 구축이다.

먼저 정부는 2020년까지 3D프린팅 창의 마스터 1000만 교육으로 3D프린팅 초기시장 창출 및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고, 일반국민이 창조경제에 직접 참여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준별, 분야별로 세분화한 교육과정을 개발·보급해 초중고고생 230만명, 일반인 47만6000명, 예비창업자 4만명, 공무원 13만3000명, 정보소외계층 1만5000명 등 교육 대상별 맞춤을 교육을 기획하고 있다.

일반인, 예비창업자 교육 등을 위한 수준별 강사 양성과 3D프린팅 분야 종사자의 직무역량 강화와 대학 지원을 통한 3D프린팅 고급인력 양성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모바일 교육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온·오프라인 인력양성 순환구조도 구축키로 했다.

또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3D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키로 했다.

과학관, 도선관 등의 무한상상실과 초중고교에 3D프린터를 지원하는 한편 지자체, 지역SW진흥원, 민간기업 협력을 통해 약 33만명 체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초기 17개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2017년까지 130개에 달하는 전국 단위의 국민체험·활용 인프라를 구축키로 했다. 아울러 이들 간 상호 정보공유를 위한 네트워크도 구축, 운영할 방침이다.

다양한 3D프린팅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유통체계도 마련된다.

많은 정보를 3D프린팅용 콘텐츠화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국가디지털콘텐츠식별체계(UCI)를 적용해 원활한 콘텐츠 유통을 지원하고, 지재권 보호를 위해 3D 프린팅용 DRM 등도 마련키로 했다. 더불어 3D프린팅 콘텐츠 유통 플랫폼도 구축키로 했다.

이 같은 다양한 인프라를 연계·지원하는 원스톱의 ‘국가 3D프린팅 종합 포털’을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전국을 6대 권역별로 나눠 연차별로 3D프린팅 제조혁신지원센터를 구축키로 했다.

3D프린팅에 대한 산업 전반의 수요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 구축된 장비 인프라를 중소·중견기업이 활용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센터는 산업 전반의 3D프린팅 기술도입 지원, 전국 3D프린팅 인프라의 활용도 제고, 전문 인력 양성 및 인프라 활용 홍보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6대 권역별로 나눠 연차별로 구축할 예정이며, 올해 우선적으로 수도권에 종합 기술지원을 위한 센터를 구축하고, 충청·강원·대경·동남·호남권은 특화 산업 분야와 연계한 지역거점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예산, 부처협력 난제 넘어야

오는 10월 초 정부가 3D프린팅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기술 로드맵을 수립,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발표된 관계 부처 합동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이 구체 모습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책 추진을 앞두고 사업 진행에 대한 몇 가지 우려되는 측면이 나타나고 있다. 예산 확보와 부처 간 업무 중복 문제다.

예산은 아직 국회 예산심의가 남아 있지만 정부 안에서는 기술개발은 양호한 반면 기반조성을 위한 예산은 부처 요구액의 20%가 조금 넘는 수준에서 반영됐다.

정부의 주요 정책 중 상당 부분이 3D프린팅 산업 확산을 위한 기반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100억원 규모 기술개발 예산을 책정됐다. 지속사업에 40억원, 내년부터 새로 시작할 신규 사업에 60억원이 반영됐다.

하지만 인프라 조성 등 기반조성 사업에는 88억원 예산을 신청했으나 이중 20억원만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항목에 반영된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사실상 내년 기반조성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인프라 사업은 장비 구매나 지자체 협력 등 정부가 발표한 주요 정책은 예산이 없으면 힘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련 부처에서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필요 예산이 일부라도 증액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부처 간 업무 중복 문제도 잠재적인 불씨를 안고 있다.

3D프린팅 산업을 이끌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산업부 사이에 업무 영역을 두고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초 범국가적인 기반조성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할 미래부가 산업부 영역인 산업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원천연구와 사업화를 별도로 분리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예고됐던 사안이다.

미래부와 산업부는 여러 분야에서 이미 업무 중복으로 논란이 빚어졌던 만큼 이번에도 사전에 조율하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정부 정책 추진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부처 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조공정 고도화 등 제조업 혁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정책인 만큼 시작부터 명확한 업무협조와 조율이 뒤따라야 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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