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송업계는 초고화질(UHD) 방송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차세대 미디어 시장을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을 한발 앞서 확보했다. 지난 4월 케이블TV를 시작으로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가 UHD 상용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포문을 열었다. 또 지상파 방송사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실시간 UHD 중계 실험방송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한국은 수년 전부터 UHD 방송 상용화를 준비한 미국, 일본 등 방송 산업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 UHD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세계 최초 UHD 전용 채널 ‘유맥스(UMAX)’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4월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14 디지털케이블TV쇼에서 UHD 방송 전용 채널 ‘유맥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선포했다. 그동안 일부 국가에서 실험방송을 진행한 사례가 있었지만, 정부가 마련한 UHD 기술 기준을 기반으로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은 유맥스가 처음이다.
케이블TV협회 측은 “UHD는 방송사업자와 시청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비주얼 솔루션”이라며 “UHD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오는 2017년까지 약 6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블TV 업계는 국내 UHD 시장 개화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8조9000억원에 달하는 생산 유발 효과와 부가가치 효과 2조원이 각각 유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UHD 방송을 시청자에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제작, 송출, 사후서비스(AS) 등에서 인력 수요가 늘어 3만60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케이블TV의 UHD 서비스는) 2020년까지 셋톱박스 시장과 UHD 장비 시장에서 각각 5.8%, 5.2%의 경제적 기여율을 보일 것”이라며 “UHD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구축된 국내 방송장비·기기 업계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 케이블TV사업자는 유맥스 개국과 함께 소프트웨어 셋톱박스 방식으로 UHD 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현대HCN, CMB는 1번을, 씨앤앰은 33번을 각각 유맥스 채널 번호로 편성했다. 씨앤앰을 제외한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4사는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UHD 셋톱박스를 연내 출시해 UHD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유맥스를 시작으로 우리나라가 UHD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 IPTV, 지상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여러 방송 사업자가 폭 넓은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성방송·IPTV, 국내 UHD 시장 판을 키웠다
후발주자인 위성방송과 IPTV는 UHD 방송 서비스 상용화에 속도를 내며 케이블TV를 맹추격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전국을 방송 커버리지로 삼을 수 있는 위성방송 사업자의 강점을 무기로 세계 첫 전국 UHD 서비스를 목표로 삼았다. 지난 2012년 방송업계에서 처음으로 UHD 실험방송을 진행한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8월 UHD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면서 제작, 송출, 위성전송, 수신 등 서비스 전반에 걸친 기술력을 확보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지난해 말 H.265로 알려진 고효율 압축 코딩(HEVC) 솔루션과 최다 10.2 채널 다채널 음향 기술을 포함한 ‘UHD 디지털위성방송 송수신 정합표준’을 제정하면서 KT스카이라이프가 UHD 방송을 상용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6월 개국한 UHD전용 채널 SKYUHD를 포함한 세 개 UHD 채널을 ‘다채널 UHD 서비스’를 이르면 내년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약 102억원을 투자해 UHD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와 함께 편집 시설 구축, 전문 인력 양성에도 나선다.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대표는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UHD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은 SKYUHD가 유일하다”며 “국내 최초로 전국 동시 UHD 시대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IPTV 사업자 SK브랜드는 지난 5월 셋톱프리 방식 UHD 서비스를 선보이며 UHD 시장에 참전했다. 세계 최초로 모바일 IPTV에 UHD 콘텐츠를 전송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며 기술 차별화를 꾀했다. 최근 하드웨어 방식 UHD 셋톱박스를 출시하며 전국 가입자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 IPTV 서비스 올레tv는 KT종합기술원에서 개발한 하드웨어 셋톱박스를 출시하며 SK브로드밴드에 맞불을 놨다. LG유플러스는 올 하반기 실시간 UHD 방송을 각각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인터넷 트래픽이 몰리면 화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IPTV 업계의 향후 과제다. 인터넷 프로토콜(IP)을 기반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업계 특성 상 접속 트래픽에 따라 화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성방송, IPTV 사업자가 UHD 상용화에 나서면서 시장 파이가 커졌다”고 평가하며 “시청자에게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네트워크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술력 갖춘 지상파, 700㎒는 암초
지상파 방송 사업자는 세계 최초로 실시간 UHD 실험방송에 성공하면서 UHD 송출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방송공사(KBS)는 지난 4월 국내 프로농구 경기를 실시간 UHD로 중계하는 실험방송을 진행한 것에 이어 6월 브라질 월드컵 경기 일부를 UHD로 생중계했다. KBS는 이달 인천에서 개최되는 아시아경기대회 기간에도 실시간 UHD 실험방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3사의 UHD 상용화 일정은 예상하기 어렵다.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남게 된 700㎒ 주파수 사용권을 놓고 통신업계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700㎒ 주파수의 구체적 용도와 특정 분야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발언도 지상파의 UHD 상용화 일정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상파는 주파수로 방송을 송출하기 때문에 700㎒ 대역을 사용하지 못하면 UHD 방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스마트폰 트래픽 등을 고려해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지난해 연구반을 구성해 대안을 모색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정부의 700㎒ 대역 활용 방침에 따라 (지상파) UHD의 상용화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각국 방송사업자 별 UHD 실험방송·상용화 일지
자료: 업계, 일본 총무성
UHD·HD 특성 비교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