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1-새로운 융합, 협업] 스마트폰이 만든 새로운 장터 O2O(Online to Offline)

SK플래닛은 최근 성남시 판교역 인근 복합쇼핑몰 아브뉴프랑에 자사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서비스 ‘시럽’ 쇼핑존을 시범구축했다. OK캐쉬백 앱으로 아브뉴프랑 입점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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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LG CNS

이나 점포 정보를 볼 수 있고,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점포 앞을 지나갈 때엔 자동으로 할인쿠폰을 모바일로 전송해준다. 18개 참여 매장은 시럽과 OK캐쉬백 앱으로 분당·판교 권역 소비자에게 모바일전단을 돌리고, 매장 방문자 대상 혜택 자동 알림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집을 나서는 순간에서부터 매장을 방문하는 때까지 전 과정에 걸쳐 효과적 마케팅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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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자상거래를 하나로 녹여내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풍 성장을 가져왔지만 전단지 외에 홍보나 마케팅 수단이 없는 일반 매장은 정보기술(IT) 발달 혜택을 받지 못했다. 소셜커머스가 IT로 오프라인 식당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급성장했지만 얼마 안 가 일반적 전자상거래 서비스로 성격이 바뀌었다.

위치 기반 서비스나 NFC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커머스와 결제, 소셜 서비스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술에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위치 기반 서비스의 총아로 각광받았던 포스퀘어는 급속히 기울어가고 있고, NFC 결제는 아직 보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확산은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온오프라인 융합 시장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소비자는 모바일 환경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오픈마켓 전자상거래의 30% 이상이 모바일로 이뤄지고 있다. 소셜커머스의 모바일 비중은 이미 70%에 이르고 홈쇼핑이나 대형마트 등 중년 주부층이 주로 사용하던 유통채널도 모바일 확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모바일 환경이 일상화되고 사용자가 익숙해지면서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새로운 혁신 서비스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기술로 오프라인 시장을 혁신하는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이다. 연간 약 300조원에 달하는 국내 소매 시장을 효율화하면서 신시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다.

사용자 위치와 상황에 맞춰 인근 식당이나 상점의 할인쿠폰, 상품정보, 지역정보 등을 실시간 제공하며 새로운 차원의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사용자 스마트폰과 매장에 설치된 비콘 기기의 NFC·블루투스 통신기술과 위치정보 등 인프라에 사용자 행태 빅데이터 정보 분석에 따른 적절한 추천 및 상황 인지 기술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반격, 역 쇼루밍

온라인 커머스에 지속적으로 고객과 매출을 빼앗기기만 했던 일반 유통 및 소매 업계에도 O2O는 반격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소비자의 실생활이 이뤄지는 현실 시공간에서 소비자 상황에 꼭 맞는 맞춤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실제로 물건을 만져보고 체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는 즐거움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저렴한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하는 ‘쇼루밍’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다양한 상품정보를 찾아보고 실제 매장에서 물건을 확인한 후 구입하는 ‘역 쇼루밍’이 가능해졌다. 모든 유통채널이 통합되는 옴니채널 환경에서 보다 매력있고 유용한 쇼핑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과제다.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에서 고객이 백화점 내 할인행사를 하는 매장 앞을 지나갈 때 스마트폰으로 할인쿠폰을 자동 발송하는 ‘스마트쿠폰’ 서비스를 실시하고, 롯데닷컴이 온라인에서 주문한 의류나 신발을 인근 백화점 매장에서 확인 후 픽업하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시작한 것 등이 사례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본점과 이천점에도 비콘을 도입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위치 기반 쇼핑정보 서비스 제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기업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SK플래닛은 OK캐쉬백, 스마트월렛, T맵, 11번가 등 자사 온오프라인 자산을 묶어 ‘커머스2.0’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카카오는 소상공인이 사용자와 직접 메신저로 소통하며 마케팅할 수 있는 ‘옐로아이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과 카카오의 서비스를 통합해 O2O 분야 시너지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익숙해지려면 아직…

현재 O2O 서비스는 사용자 위치를 파악, 스마트폰으로 인근 가맹점 할인쿠폰 등을 쏘아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블루투스 통신기술 등이 인프라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직은 소비자의 일반적 쇼핑 행태에 완전히 부합하는 형태의 쇼핑 서비스는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나 NFC 통신 기능을 켜게 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과제다. 매장을 지날 때 발송되는 쿠폰이 사용자 상황에 꼭 맞는 정보가 아니라면 대부분 스팸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사용자가 쿠폰을 얼마나 열어볼 지도 관건이다.

사용자의 맥락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 사용자와 매장을 연결하는 통신 인프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경험(UX) 기술 등이 소비자가 가치를 느낄 만한 다양한 서비스 및 혜택과 연계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유통매장에서 실시한 위치 기반 서비스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도록 다양한 실험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O2O는 이제 막 태동하는 산업이다. 기존 거대 온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있지만 이들에도 모바일을 매개로 한 온오프라인 융합채널은 낯설다. 시장의 규칙이 바뀌는 혼란기에는 새로운 혁신기업이 등장해 판을 바꿀 가능성도 커진다.

300조원 시장의 잠재성을 놓고 스타트업기업도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기존 유통기업과 전자상거래업체, 인터넷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시장의 새로운 규칙을 형성해나갈 전망이다.

엠버스는 150여 브랜드 매장의 할인행사 정보를 알려 주는 ‘써프라이즈’ 앱을 운영한다. 사용자가 관심 가질만한 상품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고 해당 상품을 어느 매장에서 어떤 할인혜택을 받아 구매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매장을 찾기 전 충분히 쇼핑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최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O2O 앱 ‘서프’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 전용 서비스를 지향한다. 주요 여행사나 면세점 등과 제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쇼핑명소와 상품정보를 알려준다. 중국어와 일본어로 서비스한다.

퍼플즈는 저전력 블루투스 비콘 단말기 ‘레코’와 고주파 활용 ‘사운드태그’ 기술을 보유했다. 사운드태그는 음파를, 레코는 블루투스를 사용해 스마트폰에 할인쿠폰 등을 전송한다.

아이팝콘과 열두시는 모바일 소비 플랫폼을 지향한다. 비콘과 모바일 스탬프 등을 결합해 쿠폰 발행에서 스탬프 적립, 결제까지 해결하는 ‘얍’을 운영한다. 이들의 비콘 서비스 ‘팝콘’은 CU편의점 등 전국 1만개 매장에서 사용 가능하다.

현재 시도되는 O2O 서비스는 매장의 비콘과 사용자 스마트폰을 연계하는 형태로 주로 이뤄진다. 비콘 신호 도달 거리 안에 스마트폰이 접근하면 신호를 내보내고, 스마트폰이 이를 인식해 서버로 다시 신호를 보내면 서버는 그 위치에 설정된 이벤트 등 관련 정보를 스마트폰에 보낸다.

비콘은 일종의 근거리통신 서비스인 셈이다. 현행 O2O 인프라인 비콘의 통신기술로는 저전력 블루투스(BLE)와 음파 관련 기술, NFC 등이 경쟁하고 있다. 아직 시장을 주도하는 뚜렷한 기술이나 서비스 형태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이고 기술 및 서비스 측면에서 보다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비콘과 통신하면서 앱이 다운로드되거나 배터리를 지나치게 많이 쓰는 등의 문제도 지적된다.

블루투스는 애플이 아이비콘에 적용하면서 주목받았다. 작은 동전형 건전지로도 2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전력소비량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소형화도 가능해 어떤 환경에서건 사용하기 편리하다. 정밀한 위치 측정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비콘과 스마트폰이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영역의 음파를 주고받으며 통신하는 방식도 있다. 앱을 활성화하지 않아도 실행할 수 있는 등 사용이 간편한 것이 특징이다. NFC는 강력한 보안성이 장점이다. 결제 및 금융 정보 등이 오가는 비콘 환경에서 보안은 핵심 이슈다. 애플이 아이폰 새 제품과 새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내놓으면서 그간 외면하던 NFC를 채택한 이유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