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기능 중국산 셋톱박스 저작권 공방 `후끈`…한·미 법원 가처분 처분 상반돼

중국산 셋톱박스에 탑재된 우리나라 지상파 콘텐츠 스트리밍 기능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놓고 한국과 미국 법정에서 견해차를 드러내 저작권 공방이 가열됐다. 양국 법정의 최종 판결이 상반된 결과를 낳게 되면 논란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난 5월 중국산 셋톱박스 ‘TV패드’를 유통한 국내 사업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 1심 판결이 조만간 내려진다. 지상파는 이들 셋톱박스에 탑재된 지상파 콘텐츠 스트리밍 기능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이를 유통한 크레블, 이시기술 등 업체를 대상으로 판매금지 가처분, 가압류 등 소송을 제기했다. 지상파는 콘텐츠 스트리밍을 ‘일시적 저장’이라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소송 직후 지상파 방송사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해당 업체는 각각 수억원의 자금이 묶인 상태로 일부는 판매를 중단했다.

크레블과 이시기술은 가압류와 판매금지 가처분에 이의를 제기해 최근 최후변론까지 진행됐고 판결만 남겨놓은 상태다.

TV패드는 중국에서 제조한 셋톱박스로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으면 한국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와 중국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 유통된 규모는 1000대 규모로 추산된다. 주로 중국 교포 등에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셋톱박스가 ‘일시적 저장’ 기능을 제공하는지 △일시적 저장이 이루어졌다면 이 같은 기기를 유통한 업체나 사용자가 저작권을 위반한 것인지의 두 가지다.

TV패드를 제조하고 서버(중국 현지)에서 지상파 방송을 송출한 중국 업체의 저작권 위반 혐의는 명확하지만 이번 소송은 국내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서 공방의 초점이 셋톱박스 기능에 쏠렸다.

지상파는 중국 서버에서 송출된 방송 콘텐츠를 TV패드가 스트리밍하는 동안 저장장치나 메모리에 버퍼링을 통한 일시적 저장이 일어났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일시적 저장이 증명되면 법원은 이를 저작권 위반으로 판단할 것인지 또 그 책임을 유통업체들이나 사용자들에게 물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여러 모로 의미가 큰 판결이 될 것”이라며 “일단 법원이 일시적 저장을 저작권 위반으로 본다면 ICT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셋톱박스 버퍼링을 일시적 저장으로 인정하면 서버에서 단말기로 영상 패킷을 전달하는 과정에 있는 수많은 통신 장비(라우터, 스위치)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저작권 책임을 묻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법원 판례도 변수다. 미 연방법원은 최근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미국 TV패드 유통업체에 제기한 동일한 내용의 판매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TV패드를 공공장소에서 사용한 업소에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TV패드가 국경을 벗어난 방송 프로그램 시청을 목적으로 한 기기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방송사는 TV패드 유통을 방조한 것 자체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방송사 관계자는 “판결을 앞두고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방송사도 미국 쪽 소송기각 배경은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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