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시대, MIPS 아키텍처 되살아날까…저가형 SoC 시장서 주목받아

반도체 팹리스 시장에서 최근 ARM이 아닌 밉스(MIPS) 아키텍처가 떠오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사물인터넷(IoT) 저가형 시스템온칩(SoC) 시장에서 독자 영역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팹리스 업계에서 저가형 SoC을 설계할 때 ARM보다 MIPS 아키텍처를 검토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이미 중국 SoC 업체 다수가 MIPS를 채택한 데 이어 근래 국내 팹리스 서너 곳도 MIPS와 코어 설계자산(IP)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ARM과 성능은 비슷하나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주된 요인이다.

그동안 국내 팹리스들은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칩을 만들어왔지만 최근 신제품에 MIPS 아키텍처를 쓰려 하고 있다. 특히 저가형 웨어러블 기기용 SoC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MIPS는 비슷한 성능의 ARM 아키텍처와 비교했을 때 라이선스 비용과 저전력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면서 “중국 화이트박스 SoC 업계가 주로 도입했고 최근엔 웨어러블 기기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저가형 웨어러블 기기, 센서 등이 폭넓게 사용될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들어서면 MIPS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이미 ARM 기반 생태계가 구축됐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중요한 IoT 시장은 MIPS도 강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팹리스 A사는 프로세서 인력을 보강해 신규 사업으로 저가형 SoC를 준비 중이다. 모바일기기와 연동해 정보를 주고받되 별도 애플리케이션(앱) 구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 MIPS 기반 스마트워치용 칩셋을 만드는 게 목표다. 저가 웨어러블 기기의 수요가 많은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격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고성능·고가의 ARM이 아닌 MIPS를 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팹리스 B사도 저가 스마트기기에 탑재되는 MCU를 MIPS 기반으로 만들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ARM IP 라이선스를 구매할 여력이 있는 국내 팹리스도 드문데다 그 정도의 성능도 필요치 않은 시장”이라고 밝혔다.

ARM은 저전력 아키텍처로 모바일용 코어 IP 시장에서 선두를 확보했다. 반면에 MIPS는 뒤늦게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어 어려움을 겪었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 주로 통신장비용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에 쓰였으나 거듭된 실적 부진으로 결국 지난 2012년 세계 모바일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인 영국 이매지네이션테크놀로지스에 인수됐다.

현재 MIPS는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지원하지만 게임 앱은 ARM의 네이티브 코드로 만들어져 에뮬레이션(emulation) 작업을 따로 거쳐야 한다. 전력 소모량이 늘어나는 이유다. 이주엽 이매지네이션 한국 지사장은 “안드로이드 게임 앱도 점차 자바 언어로 만드는 추세”라며 “국내 팹리스들이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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