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버즈] 인간 수명이 길어지며 이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오래 사느냐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 평균 수명이 연장된다는 건 질병에 노출될 기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니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보다 의료분야의 중요성이 높아지리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사실 의료분야의 발전은 의료기기의 발전과 떼놓기 이야기할 수 없다. 의료산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은 한국은 의료기술은 빼어나지만, 그에 비해 의료기기의 지원과 개발은 뒤처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 가운데서 묵묵히 의료기기 국산화에 힘쓰고 있는 업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10여 년 간 내시경 분야에만 전념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현주인테크가 바로 그 주인공. 송경애 현주인테크 대표를 만나 첨단의료기기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폭넓게 들어보기로 했다.
◆내시경 국산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 제공케 해
현주인테크는 10여 년간 3만개 이상의 내시경을 수리하며 관련 노하우를 쌓아온 잔뼈 굵은 기업이다. 수리업체로 시작해 현재는 국내 내시경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내시경은 질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해 방대하게 활용되는 툴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몸속의 피, 혈관, 조직 등을 세밀하게 살펴 질병 확인율을 크게 높인다. 최근엔 내시경 악세사리를 통해 복잡한 조직검사 할 것 없이 질병 여부를 바로 변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송경애 현주인테크 대표는 “의료장비가 발전할수록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근간이 커진다”며 “과거엔 개복해 검사를 해야 했기에 회복하는 데 몇 달이 걸렸지만 요즘은 하루 만에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장비의 발전이 적게는 개인의 삶에, 넓게는 경제 근간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다는 맥락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은 결코 아니다. 개발을 위해선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되는데 내시경 안엔 전자, 전기, 기계, 금속, 과학, 화학, 물리, 생체의공 등의 분야가 모두 집약된 이유에서다. 현주인테크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장비 설계부터 구조물 구현 등의 전 과정에서 국산화율이 90%에 이른다.
사실 의료기기의 국산화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국가적 주요 과제다. 외산 제품에 의존할 경우 시장 대응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외화 낭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시경의 경우 매우 예민한 장비여서 잘못된 세척이나 작은 충격에도 고장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때 들어가는 비용의 원래 제품가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송경애 대표는 “좋은 치료법은 좋은 장비에서 오는 경우가 상당하기에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며 “병원들이 완성도 높은 내시경을 지금보다 부담 없이 구입하도록 돕고, 과도한 수리비 역시 줄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료분야 잠재력 무한, 지원책은 미비
무엇을 하든 생명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생명의 한 가운데 의료분야가 깊숙이 들어왔음을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다.
송 대표는 “국내 의료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의료인이 많다”며 “사회 전반적인 관심에 힘입어 찬찬히 준비만 해나간다면 시장을 선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빼어난 의술과 장비가 결합되면 세계 시장의 우리의 우수성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고, 지금이 그것을 시작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실은 아직 암담하다. 일단 외산 제품의 의존도가 높은데다가 국산화를 하려는 준비와 구조가 미진하다. 제조업의 근간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의료기기의 경우 가시적인 실적이 빨리 나타나는 산업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타산업에 비해 사이클이 많이 늦을 수밖에 없다. 안전성 확인을 위해 수많은 임상 검증을 비롯해 학술적인 검토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자금화 할 수 있는 펀딩이나 여건 마련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송경애 대표는 “정부 지원책을 받으며 내시경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막중하게 느끼고 있고, 언젠가 국익 창출과 수출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그런 시기가 오기까지는 국가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주인테크의 대표개발품으로는 오목가슴 환자에게 기구물을 끼워 교정하도록 하는 ‘펙토스코프’ 내시경을 비롯해 2.8mm의 미세한 구멍에 넣을 수 있는 꼬리뼈 내시경 등이 있다.
회사의 높은 기술력은 해외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 진출 시기는 조율 중에 있다. 올해 8월 이후 품목허가를 앞둔 제품도 여럿이라고. 회사는 향후 해외 시장 및 병원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파악해 의료산업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