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E-Cigarette)가 담배 산업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실내 금연 등 흡연 규제가 강화되면서 틈새시장이던 전자담배가 주류로 올라서는 분위기다. 흡연자들이 일반담배를 대체할 제품으로 전자담배를 선택하며 등장한지 몇 년 만에 주변에서 사용하는 이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은 커졌다. 세계적으로 오는 2047년에는 일반담배 판매량을 앞지를 것이란 예상이다.
◇급성장하는 전자담배 시장
전자담배는 니코틴 농축액이 함유되거나 담배향이 있는 액체를 수증기로 만드는 분무장치다. 배터리, 무화기, 카트리지로 구성돼 있으며 입을 대고 흡입을 시작하면 전자 칩이 인식해 자동으로 충전돼 있는 전기를 무화기로 보내고 약간의 열을 발생시켜 카트리지에 있는 니코틴 또는 담배향 액상을 수증기로 만드는 원리다.
세계 담배 시장은 이 기기에 주목하고 있다. 웰스파고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2000만달러(약 204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전자담배 시장은 지난해 17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까지 늘어났다. 오는 2017년에는 전자담배 시장규모가 100억달러(약 10조2000억원) 규모로 늘 전망이다. 국내 역시 니코틴 용액 판매량이 지난해 전년 대비 약 68% 늘어난 7220ℓ를 기록하며 전자담배 사용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각종 규제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적인 담배 시장은 줄고 있다. 미국 일반담배 판매량은 금연 정책 등 영향으로 2012년에는 전년대비 4% 급감했다. 국내도 일반담배 판매가 계속 줄어 지난 2010년 44억7700만갑을 판매하던 것이 3년 새 1억갑 이상 줄어들며 지난해 43억3500만갑을 기록했다.
전자담배 업체들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전자담배 종류는 크게 두 종류다. 일반담배 모양과 흡사한 미니(Mini)와 용액을 리필해 사용하는 개인 기화기(Personal Vaporizer)다. 카트리지 용액도 다양하다. 뉴욕타임스는 매달 약 250가지의 새로운 향이 나는 카트리지가 생산되고 있고 시장에는 애플파이, 바나나, 초콜릿 등 약 7000가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쟁 느는 전자담배 시장…일반담배 업체도 가세
전자담배 시장이 급성장하며 유해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지만 인기를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국내와 달리 아직 별다른 규제가 없는 해외에서의 인기몰이가 거세다. 각국은 전자담배 역시 규제 대상인 일반담배와 같이 취급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하는 등 여러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단시간 내 결론은 나지 않을 전망이다.
규제와 소송에 부담이 커지고 점점 시장성을 잃고 있는 일반담배 업체들은 전자담배 시장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일반담배 업체들은 담배 유해성이 증명되며 이와 관련된 법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미국 2위 담배회사 레이놀즈 아메리칸은 플로리다주 지방법원에서 담배 유해성을 숨겨왔다는 이유로 손해배상금 1680만달러(약 171억원)와 236억달러(24조500억원)의 징벌적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일본 재팬타바코는 영국 전자담배 업체 잔데라를 인수하는 등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레이놀즈 아메리칸은 지난해부터 전자담배 뷰즈(Vuse)를 생산 중이다. 미국 판매 1위 전자담배 블루(BLU)는 로릴라드를 거쳐 영국 임페리얼 토바코 그룹에 편입됐다. 일반담배 시장 1위 알트리아는 올 하반기 마크텐(MarkTen)을 출시하며 전자담배 시장에 합류했다.
한편, 일반담배 업체들까지 가세하며 전자담배 시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자담배 유해성 여부가 판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등 29개주는 이달 전자담배의 TV광고와 향 첨가를 금지하는 규제 확립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담배와 달리 아직 전자담배 구매 연령 제한이 없는 경우가 있어 정부에 전자담배 제재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억7000만달러를 들여 전자담배의 잠재적 위험요인을 연구하고 있다. 최종 연구결과는 2018년 마무리될 전망이며 이를 바탕으로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를 입안할 방침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