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LS산전 등 14개 업체들이 전력량계 시장에서 장기간 담합을 하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1993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17년간 이어졌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담합을 일삼았다. 이들이 구성한 조합은 사실상 모의 창구였다. 하나로도 부족했는지 두 개 조합이 서로 담합했다. 업계 전체가 경제 범죄에 가담한 셈이다.
전력량계는 일정 기간 쓴 전력량을 재는 기구다. 가정부터 사무실까지 전기를 쓰는 곳이라면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2010년까지 기계식 전력량계가 쓰였으며 담합이 집중됐다. 적발된 업체들은 한전이 매년 기계식 전력량계 구매입찰을 하기 전에 서로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 가격을 합의했다. 낙찰기업을 미리 정해놓고 입찰에 참여했으며 배신을 막는다고 전자입찰 당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며 서로 감시했다, 기막힌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긴 113억의 과징금이 약하게 보일 정도로 지능적이고 악질적인 담합이었다.
담합은 경쟁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경제 범죄다. 이로 인해 구매자는 물론이고 최종소비자까지 피해를 보니 질이 나쁘다. 공정위와 같은 기구도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담합은 건설을 비롯한 경제 모든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력량계 담합처럼 한 분야에서 17년간 은밀하게 지속된 예를 보지 못했다. 신규업체도 자연스럽게 담합 모의에 참여했다. 충격적인 일이다. 아무리 교묘하게 담합했다 해도 오랜 기간 지속된 짓을 찾아내지 못한 한전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전기업계는 공정위 제재를 계기로 거듭 나야 한다. 마침 기계식 전력량계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지금은 지능형 전력량계(스마트미터)로 대체됐다. 정부는 2020년까지 총 2194만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업계로선 적지 않은 시장이다. 보급이 늘어날 해외 시장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신규 시장이 생긴다. 업체들은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 실력을 쌓아 더 큰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해당 업체 발전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는 일이다. 좁은 시장을 편하게 나눠먹는 것은 정말 자녀들에게도 부끄러운 짓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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