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정의 신문고]산업 생태계 해치는 정부 3.0

지난 6월 일입니다. 광주지방기상청이 고품질 천일염 생산을 위한 기후정보 서비스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천일염은 기상조건이 품질과 생산량을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합니다. 기상청이 사업비 2억원을 투입해 천일염을 생산하는 현지에 자동 기상관측 장비(AWS)를 설치하고 전국에 설치된 AWS 500여개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기상정보를 생산해서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천일염 산지에서는 비가 오기 30분~1시간 전에만 예보를 해주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부가 소중한 기상정보를 SNS나 문자메시지로 보내준다고 합니다. 그것도 무료로 서비스해준다고 하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이 서비스는 지난해 신안군이 민간 기상사업자 A사와 손잡고 제공한 기상예보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지에 AWS를 설치한 것이 큰 차이라면 차이입니다. A사는 작년 8월 신안군과 만나 신안군 천일염 생산지 13개 읍·면을 3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별 날씨정보를 3개월 가까이 제공했습니다. 시범서비스라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1개월만 하기로 돼 있었지만 주민 반응이 좋아 조금 더 연장했답니다. 지난해 시범서비스를 하고 올해 본격적인 사업을 하기로 했는데 해당 지자체인 신안군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기상청이 무료서비스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정부가 ‘정부3.0’을 내세워 정보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민간 기상사업자의 비즈니스가 졸지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정부는 2009년 기상산업진흥법을 제정해 기상산업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기상산업을 지원·육성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업은 인력과 시설 등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을 갖춰 기상예보업에 등록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연구개발 사업 지원, 연구개발 성과 사업화, 해외진출 등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업이 정부에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건가요. 정부3.0 서비스만 해도 그렇습니다. 취지는 기업이 정부 보유 DB를 잘 활용해 비즈니스에 활용하게 해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기업 정서는 작은 정부를 외치던 정부가 정부3.0을 한다는 핑계로 몸집을 불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입니다. 정부가 직접 서비스에 나서는 바람에 기업은 구조조정을 하고 국민은 일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정부3.0이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