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으로는 근심과 분쟁 그리고 밖으로는 환란이 이어진다.’
최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심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 아닐까 싶다. 정 회장은 자동차는 물론이고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수장이지만, 모든 인간은 항상 근심 속에 살고 있다는 사자성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안으로는 내수 시장 점유율 하락, 연비 과장 논란, 노조 파업 등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밖으로도 난제들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데 환율이라는 복병이 자꾸 발목을 잡는다. 대규모 리콜도 이어지고 있다. 업체의 자발적인 사전 조치로 사고를 예방하는 리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상처를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현대·기아차가 직면한 이 같은 상황에 일본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한때 ‘일본차 킬러’로 불리며 파죽지세로 치고 나가던 현대·기아차가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로 전락했다는 진단은 도발적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게재한 칼럼이 대표적이다. 칼럼은 2000년대 후반 경쟁력 있는 신모델의 잇따른 투입, 엄청난 가격 경쟁력, 정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탁월한 경영력으로 대표되는 현대·기아차의 성공 요인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노사 분쟁과 후계 승계 문제까지 들먹이며 향후 2~3년이 현대·기아차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심 ‘우리가 겪었던 환란을 너희들도 겪어보라’는 의중이 곳곳에서 읽힌다.
이 같은 난제를 헤쳐 나가는 비결은 결국 내부의 결속된 힘과 치밀한 전략에서 나온다. 열두 척의 배를 이끌고 수백 척의 왜선에 맞서 명량 앞바다에 나섰던 이순신 장군과 수군들의 각오가 필요하다. 싼타페 연비 과장에 대한 자발적 보상이 현대·기아차 ‘사즉생(死卽生)’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